[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명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로 유동인구 감소”

“귀성길, 방역 지키며 가야”

온라인으로 가족모임 하기도

[천지일보=원민음․이우혁 기자] “확실히 다른 명절보다 기차역이나 터미널에 사람이 많이 줄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소 생활에도 지장이 많은데 명절까지 이러니 너무 답답하네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최미소(35, 여,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향에 가고 싶지만, 걱정되기도 한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켜 코로나19가 얼른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하며 말했다.

민족 고유의 대명절인 설을 맞이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는 귀성객과 역귀성객들이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설 풍경과는 달리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이점은 명절 선물을 사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과 금색 보자기나 선물세트를 사는 모습 정도였다.

연휴 유동인구가 줄어든 건 서울역도 마찬가지였다. 기차 탑승 자리가 코로나19로 인해 반으로 줄어든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고향에 내려갔다던 유민섭(21, 남, 대전시)씨는 “확실히 역과 터미널에 사람이 줄었다. 기차 표도 반으로 줄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유동인구가 적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역 승차권 발매현황 전광판에 경전선 하행 열차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고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역 승차권 발매현황 전광판에 경전선 하행 열차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고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쉬고 있던 곽봉희(80, 여)씨는 “여주로 자녀들을 만나러 간다. 자주는 못가지만 이번 설에 자녀를 볼 수 있어 무척 설렌다”며 “특히 가는 길에 손주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돼서 군인인 손주 면회도 가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 자주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설에 가족을 보는 건 좋지만 걱정되기도 한다’ ‘유동인구가 줄었고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파티셰인 최대근(40, 남)씨는 경북 안동에 가는 중이다. 그는 “고향에 부모님을 뵈러 간다. 최근 부모님을 계속해서 못 뵙는 게 참 아쉬웠다”며 “이번 설에 오지 말라고는 하셨지만 방역수칙 지키며 찾아간다고 하니 엄청 반가워하시기도 했다. 가족이 4명이라 가족만 딱 만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2개월 만에 고향을 방문한다는 서영범(28, 남, 청주시)씨는 마침 설 연휴가 부모님 생신이다. 서씨는 “최근에 PCR 검사를 받을 일이 생겨 지난주에 검사했는데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 조심해서 다녀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열 검사원이 귀성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열 검사원이 귀성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이날 터미널에는 연휴를 앞두고 쉬지 않고 일하는 발열 검사원들도 눈에 띄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있던 이현진(28, 남, 서울시)씨는 “현재 시민들이 안전하게 설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열 측정을 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도 보고 있다”며 “이왕이면 모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돼 방역 수칙을 잘 지켜 설 연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확실히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다.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하고 참고 견뎌서 꼭 다시 코로나 이전처럼 활기차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방역수칙을 알려주던 장민영(23, 여, 서울시)씨는 “현재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다. 줄어들 것 같으면서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부모님을 뵙는 것은 좋지만, 사람이 몰리게 되는 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차라리 사람이 몰리는 설 연휴 보다 몰리지 않는 시간에 가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역에는 원래 어린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과 이성 친구, 군인 등이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모습도 많았지만, 이번 설은 다들 조용하게 대합실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액세서리 판매원 최수경(48, 여, 대전시)씨는 “설에 가족들을 보는 건 좋지만, 정부 지침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장사하는 사람이라 조심하는데 이번 설 말고서라도 날짜를 잡아 모이던지 되도록 다른 방법을 찾아 설 연휴를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 가족이 찾은 다른 방법은 영상을 ‘줌(Zoom)’ 등 화상 등을 활용한 모임이다.

그는 “우리 가족은 5인 이상 못 모이기에 줌으로 얼굴을 보기도 했고, 순서를 정해 차례나 성묘를 하러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이 선물 세트를 사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 행렬이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이 선물 세트를 사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홍삼세트와 참치세트를 바리바리 챙겨 서울역 의자에 앉아있던 신주한(43, 남, 경주시)씨는 “이번 설에는 성묘도 미리 다 끝내놓고 연휴에도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간다. 또 친구들 모임도 다 취소했다”며 “14일 괜찮다고 하면 가족들을 그때 좀 뵙든지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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