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in] 위안부 배상 판결 확정… 日정부 자산 압류 실현 가능성 있나
[정치in] 위안부 배상 판결 확정… 日정부 자산 압류 실현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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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후원금 관련 회계 부정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후원금 관련 회계 부정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DB

공관 재산은 빈 조약 보호

일본 측, ICJ 제소 등도 시사

전문가 “사실상 배상 가능성 없어”

“실제적인 것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

文대통령 관계 개선 의지엔 “결단 필요”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 1심 결과가 23일 확정됐다.

한국 법원의 판결에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된 것인데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들은 위자료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도 가능하게 됐지만,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의 자산을 압류해 배상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日, 위안부 배상 판결 “항소 안 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1심 소송결과에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항소 시한인 이날 0시를 기해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모테기 외무상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는 안 할 것”이라며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공관과 관용차, PC 등 비품 외 금융기관 계좌 등을 염두에 두고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내 일본 자산의 압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비준한 ‘빈 협약’이 발효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 협약에서는 외국 공관 재산 등에 대한 불가침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해 배상받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압류 가능한 자산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위안부 피해자 소송대리인(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소송은 개인이나 단체를 상대로 한 게 아니라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거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매각할 수 있느냐”라면서 “실질적으로 자산을 매각해 배상을 실현시킬만한 게 사실상 거의 없다. 이번 재판은 실제적인 배상 실현보다는 정의롭고 상징적이라는데 의미를 두면 된다”고 설명했다.

[뉴시스=도쿄/AP]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8일 도쿄 참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도쿄/AP]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8일 도쿄 참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

◆日측, 판결에 강한 반발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나온 지난 8일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으로, 일본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9일 스가 총리도 판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일한(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판결이 확정된 23일 0시를 조금 넘겨 일본 외무성도 모태기 외무상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국제법상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대등한 존재이므로 원칙적으로 외국의 재판권에 따르는 것은 없다”며 판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서 제시된 국제법에 명백하게 어긋난다”고 거듭 밝혔다.

이로 미뤄 일본이 대항 수단으로 ICJ에 제소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한국이 ICJ의 강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측 동의가 없으면 ICJ의 재판이 성립하지 않지만 제소 자체를 여론전에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우수근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비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측의 제소가 쉽지 않겠지만, 실제로 상황을 조성해서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수는 있다”면서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불리하니 거부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전으로 갈 수 있다. 더군다나 ICJ에 가져가면 한국이 질 확률도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주권면제이론이 전쟁범죄나 반인륜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제법상 소수 견해일 뿐”이라며 “여전히 다수 견해는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주권면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이그에 소재한 국제 사법 재판소 전경. ⓒ천지일보 2021.1.23
헤이그에 소재한 국제 사법 재판소 전경. (ICJ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1.1.23

◆정부, 한일관계 ‘해법 찾기’ 골몰

우리 정부도 한일관계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였다”면서 “그런 토대 위에서 피해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도록 한일 간에 협의하겠다”고 일본 측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전날 부임한 강창일 주일본한국대사도 “대한민국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고, 아직도 유효하다”면서 “양국 정부가 그 돈(일본 정부 출연금)도 합해서 기금을 만드는 문제에 관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 동시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나,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수근 교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 됐다.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는다고 하면 민심이 반발할 수 있다. 일본 측도 마찬가지”라면서 “해결을 위해선 양국 정부가 대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일보씩 양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각국에서의 반발은 각국 정부가 감당하는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민심 비판을 각오하고 문재인 정부가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성장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지속적으로 사과해야 하지만, 75년이 지난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계속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지나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윤리적 책임 문제가 양국 간의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않게 해야 하고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양국 관계가 여의치 않는다면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신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느니 선제적으로 대일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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