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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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생각해서 들뜨고 훈훈함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연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벌써 한 해가 가는데 이뤄놓은 것은 없고, 성과에 대한 평가가 스크롤 압박을 하는 기분이 되기 쉽다. 구직자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 나아진다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송년회는 그러한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서 만들어낸 연말 행사일지 모른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망년회(忘年會)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송년회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송년 모임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금지시켰다.

특히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돼 버린 파티룸 행사에 대해서 일찍부터 경고를 하고 나섰다. 지난 5월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은 경험 때문에 그 뒤에도 문화적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10월 말 할로윈 데이 때도 경계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냈는지 모른다.  

파티룸이나 게스트 룸에서 집단적인 송년 모임을 금지하니까 홈파티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견이 생겼다. 실제로 홈파티에 필요한 물품이나 식재료가 많이 판매된다는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홈파티가 안전할까. 최근 가족이나 지인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많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알려지면서 홈파티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봄과 여름의 전국적 확산 때보다 지금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 비율이 높기 때문에 우려가 커졌다.

한쪽에서는 송년모임이 없어지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억지로 송년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거나 공연이나 영화를 보던 문화 송년회도 올해는 힘든 상황이다. 어쨌든 직접 대면 모임은 자제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랜선 송년회나 모임도 시도되고 있다. 각자의 집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거나 의상, 소품을 준비할 수 있고 각종 이벤트나 퀴즈, 게임 등도 준비된다고 한다.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은 물리적 육체와 감각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접촉과 대면을 통해서 만족감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진화 속에 존재해야 건강하다. 랜선 공연이나 랜선 여행, 랜선 송년회도 결국 실제 공간의 경험을 더욱 갈구하게 만들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은 여행, 문화 그리고 사교라고 한다. 당연히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여행이나 문화예술 관람 그리고 사교는 아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 JTBC ‘싱어게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고 있지만 다른 실력을 보이는 가수들의 도전이 경탄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따뜻하게 격려하고 역량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해서 훈훈하기까지 하다. 독설로 괴롭히고 악마의 편집을 해서 시청률을 올리는 오디션 프로와 다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음주 송년이나 문화 송년 아니 랜선 송년회든 각 개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앞날을 더 응원해주는 따뜻한 자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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