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칼럼] 한국 사회의 설민석 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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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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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미국 보험회사 연구원이었던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수많은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는데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이다. 그 책에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정리돼 있다. 그는 이 법칙을 통해 대형 사고 전에 경미한 사고 징후들이 300번 이상 존재했다는 점을 밝힌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케네스 웩슬레이와 티모시 볼드윈 박사의 ‘스위스 치즈 모델(The Swiss Cheese Model)’에서는 스위스 치즈처럼 작은 구멍이라도 그것이 한꺼번에 겹치면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고 말한다. 그 구멍이란 참사나 대형 사고를 말한다.

이런 위험 징후들은 방송에서도 곧잘 눈에 띈다. 특히 전문가라고 명성을 얻는 이들이 그러한 예가 되고는 한다. 최근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편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이집트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개인 SNS를 통해 전격 비판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틀린 내용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지적하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십거리나 풍문의 내용을 ‘구라풀기’ 수준으로 말하는 것과 역사를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방송 참사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방송 참사가 무슨 송출 사고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방송의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잘못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설민석표 참사는 어제오늘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미 2014년 설민석은 책이나 방송에서 1919년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자들이 ‘룸살롱에 갔다’거나 ‘낮에 술판을 벌였다’는 등의 발언을 해서 2018년 후손들이 낸 소송에서 14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 뒤에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여진인이었다는 등의 사실과 다른 발언을 수없이 계속 이어갔다.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설민석은 역사연구자가 아니라 입시학원 강사다. 물론 학원 강사의 역할은 분명하게 있고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전문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물들을 무단으로 인용한다. 이는 그가 출연하는 방송사나 그가 쓴 출판 저작물도 마찬가지다. 마치 자신이 연구한 것처럼 언급을 한다. 예컨대 도올 김용옥의 경우 비록 국내 학자라고 해도 출처를 분명하게 밝히고 연구자의 이름을 공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방송 강연에서도 이러한 장면을 곧잘 볼 수 있지만, 설민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설민석이 인용하는 자료들은 풍문이나 가십거리 등을 막론하고 걸러내는 장치와 과정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현상은 독과점의 폐해를 낳는다. 수많은 역사 전공자들과 연구자들은 어디 가고 오로지 그 한 사람이 출판계와 강연 시장 그리고 방송가를 주름잡으며 콘텐츠 수익을 독식한다. 거대한 시스템을 이뤄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이는 방송 권력을 이용한 불공정한 인위적인 시장 교란 행위에 가깝다. 진실의 콘텐츠가 아니라 쇼맨십과 퍼포먼스가 본질인 것으로 둔갑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애국과 진리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본색이 감춰진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설민석임에도 방송과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병증이다. 대세주의와 쏠림 현상에 영합해 이익을 취하는 병적 행태의 한 증상이다. 어디 그뿐이랴. 수많은 사극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이나 관점들은 누군가의 연구결과들이다. 그것은 본래의 연구자와 창작자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수익 배분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 그들의 이름과 명예라도. 그래야 다시 연구하고 공부한다. 물론 전달력은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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