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으로 법률과 달리 추상적인 내용으로 규정돼 있어서 해석을 요구한다. 헌법 제10조에 규정돼 있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해석이 필요하다. 행복추구권이라 불리는 이 기본권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이 정의돼야 한다. 행복이란 사전적으로 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나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고 주변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행복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도 헌법의 기본권으로서 행복추구권을 정의하려면 그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행복이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 주관적인 개념이라고 해도 행복추구권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행복추구권의 효력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행복의 일반적 정의를 기초로 할 때 행복추구권이란 정신적·물질적으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행복추구권이란 기본권이 명문화된 것은 1980년 제8차 개정헌법부터이다. 현행 헌법 제10조를 보면 첫 번째 문장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함께 행복추구권이 규정돼 있다. 헌법에 행복이란 표현은 제10조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에도 있다. 헌법 전문 말미에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고 해 행복을 언급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헌법에 처음으로 행복추구권이 규정된 것은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장전이다. 당시에는 헌법이란 용어가 없어서 권리장전이라고 했지만, 버지니아 권리장전은 버지니아주의 헌법이다. 그 이후 행복추구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에 명문화됐는데, 일본은 1947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제13조에 행복추구권을 규정했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은 행복 자체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라 일본 헌법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1980년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됨으로써 미국의 버지니아주 헌법과 함께 한국과 일본이 헌법에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행복추구권이 독자적인 기본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다. 행복추구권을 독자적 기본권으로 보지 않는 견해부터 기본권이라고 해도 보충적 기본권이라고 보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이 명문으로 헌법에 규정된 이상 기본권으로서 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행복이 갖는 추상성으로 인한 기본권으로서 제약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행복추구권에 대해 초기에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행복추구권 규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한 부수적 내용이라 볼 수 있고, 하나의 독립된 포괄적 기본권이라기보다는 단지 개별기본권처럼 하나의 기본권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경합하는 다른 기본권이 있는 한 행복추구권은 보충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신체의 자유 등을 위시한 개별기본권을 뒷받침해 주는 보충적 성격의 기본권이라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