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인간의 존엄과 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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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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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제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전범국가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과 달리 지금도 피해를 입었던 주변 국가들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을 하고 있다. 특히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었던 독일은 장기간에 걸쳐 사죄와 함께 물질적 보상을 해 오고 있다. 독일은 폴란드 서쪽의 구 독일제국의 영토를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해 폴란드에 사죄를 했지만, 일본은 원래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를 아직도 자기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후안무치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 이를 보면 국가의 품격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좋은 이웃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끼게 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범죄를 참회하기 위해 헌법인 기본법 제1조 제1항에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라고 규정해, 인간은 스스로 인격을 형성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독일 기본법 제102조에는 “사형은 폐지한다”라고 해 인간의 생명권을 존중하겠다는 것을 만방에 선언했다. 이렇게 헌법에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존중을 규정한 것은 국가가 구성원에 대해 그 의사에 반하여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존엄이란 인간이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서 공동체의 주체이며 윤리적 자기결정의 능력을 소유함으로써 인간적이며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존엄은 인간이 자기책임 능력이 있는 인격의 주체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인간의 존엄은 인격을 기반으로 하며, 인격의 주체인 인간이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기본권으로서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으로부터 나온다.

자기결정권이란 개인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공권력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자기결정권이 헌법에서 논의가 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의 보장 문제 때문이다. 특히 임신과 관련해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낙태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여성들의 주장이 확산되면서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충돌문제가 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에서 임신 22주가 지나면 낙태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에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신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낙태죄의 합헌 여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문제와 연계됨으로써 자기결정권이 하나의 기본권으로 등장하게 됐다.

자기결정권에는 자신에 속한 사적 영역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자신의 운명이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자신의 상대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 이 외에도 경제적 자유, 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 소비자로서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다. 미국은 프라이버시권으로부터, 독일은 일반적 인격권으로부터 자기결정권을 도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운명이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규정으로부터 도출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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