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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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근대에 오면서 루소는 인간이 스스로를 하나의 국가로 구성하는 활동이라는 의미에서 사회계약론을 설파했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면서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인간관계를 법에서는 계약의 관계라고 한다. 계약은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로 이뤄지는 법률행위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법체계는 로마법과 게르만법으로 분류한다. 인간의 사적 영역에서 적용되는 법은 사법(私法)이라고 하는데, 이 사법은 로마법에서 출발해 발전했다. 로마법에서 개인의 영역은 사적 자치를 적용해 가능한 한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도록 보장했다. 이에 근거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등장했다. 계약의 자유는 계약 당사자 선택의 자유, 계약체결의 자유, 계약에 있어서 내용결정의 자유, 방식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계약자유의 원칙은 근대 실정법에서 사법상 원칙으로 확립됐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계약 당사자들 간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한 계약이 발생하면서 법적 정의가 침해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특히 계약 당사자들 간의 힘의 불균형은 평등원칙에도 반하고 공공복리의 이념도 훼손시키면서 계약의 자유는 많은 제한을 받게 됐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헌법에 근거를 둬야 한다. 그런데 헌법은 계약의 자유에 관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계약의 자유는 계약을 위한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와 행위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계약의 자유에 대해 헌법적 근거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계약의 자유는 사법상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헌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계약자유의 원칙이란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의 여부, 체결한다면 어떠한 내용의, 어떠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느냐 하는 것도 당사자 자신이 자기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 즉 원치 않는 계약의 체결을 법이나 국가에 의해 강제 받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 즉 헌법재판소는 계약의 자유와 관련해 계약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계약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찾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행복추구권 속에서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있고, 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계약자유의 원칙이 파생된다고 했다.

오늘날 인간의 일상생활은 대부분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사적 자치로 나타나는데, 이 사적 자치의 한 부분이 계약의 자유이다. 이러한 계약의 자유는 경제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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