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보며

김월준(1937 ~  )

 

뚝뚝 뚝

떨어지며

굴러가는 저 가을!

봄여름 내

푸른 결기

하늘을 찌르더니

제 할 일

다 했노라고

웃으면서 떠나네.

 

[시평]

봄에 막 돋아나는 새잎들을 보면 얼마나 그 모습이며 색감이 귀엽고 또 예쁜지 말로 다 하기 어렵다. 그렇다. 모든 존재는 처음 막 태어나 자랄 때 가장 귀엽고 예쁘다. 그러나 이런 나뭇잎들이 봄을 지나 여름이 되고 늦여름으로 가게 되면, 그 푸르름이 짙어질 때로 짙어져서 참으로 그 푸른 결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 짙다.

이렇듯 푸른 결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던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자, 서서히 물기가 말라가고, 그러므로 붉게, 또는 노랗게 그 빛들이 변한다. 그러더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하나, 둘 떨어져 거리로 나뒹굴게 된다. 마치 제 할 일 다 했노라고, 스스로를 던지며 저 천공에서부터 지상으로 스스로 낙하하듯이 떨어진다.

그러나 떨어지는 낙엽들, 떨어져 거리로 뒹구는 낙엽들, 그 낙엽들에게는 어쩌면 후회 같은 것이 없으리라. 막 연둣빛일 때 연둣빛이었고, 또 푸르를 때 푸르러, 이제는 제 할 일 다 했노라고 하며, 웃으며 떠나는 듯 보인다.

아니 이러한 낙엽을 바라보며, 결코 짧지 않은 우리네 한 생애의 삶 속에서, 이제 제 할 일 다 했으니, 기꺼이 웃으며 떠날 것이라는 마음의 자세,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 어쩌면 이런 마음의 사람들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리라. 이런 사람들에게 이 가을은 슬픔의 계절이기보다는 행복한 계절이 될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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