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낙엽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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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김남조(1927 ~ )

 

단 한번

결연한 추락으로

땅 위에 내리는 낙엽들

그랬었구나

그랬었구나

처음으로 눈 뜬 사람처럼

오래 바라본다

 

날이 저문다

 

[시평]

가을이다. 푸른색을 버린 나뭇잎들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뭇잎이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진다는 거. 그저 바람에 날려 무심코 떨어지는 것은 아니리라. 어쩌면 떨어지는 그 나뭇잎으로서는 한 생애를 마감하는 결연한 단 한 번만의 추락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한 생애를 살아가다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이 있듯이, 푸르던 나뭇잎도 가을을 맞아 물기를 다하고는 물들어가다가 이내 땅으로 떨어지는, 그러한 결연한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언제 흙으로 돌아갈지, 그 흙으로 돌아갈 날이 이제 멀지 않다는 예감이 자연스레 드는 나이가 되면, 저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도 그저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을 것이다.

나뭇잎이 땅으로 떨어지듯, 사람 역시 삶을 다하면 땅으로 가서 묻힌다. 그러하니. 그러하니, 어디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이라도 예사로울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어쩌면 저 무심코 떨어지는 낙엽도 단 한 번 결연히, 삶을 종식하고 땅으로 추락으로 것 아니겠는가. 그랬었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처음으로 눈 뜬 사람처럼, 그 모습 오래 바라다볼 수뿐이 없다.

날이 저문다. 하루가 저문다. 아니 한 생애의 시간이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세상은 지금 가을, 온 산하로 온갖 색깔의 나뭇잎들 떨어져 쌓인다. 그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듯하지만, 실은 하나, 하나, 떨어져야 한다는, 그래서 마지막 길을 간다는 결연함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 가을, 어찌 슬픈 계절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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