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연꽃 밭에서 - 이건청
[마음이 머무는 詩] 연꽃 밭에서 - 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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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밭에서 

이건청(1942 ~  )

 

진흙 밭에 빠진 날, 힘들고 지친 날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그만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연꽃 보러 가자, 연꽃 밭의 연꽃들이

진흙 속에서 밀어 올린 꽃 보러 가자

흐린 세상에 퍼지는 연꽃 향기 만나러 가자

연꽃 밭으로 가자, 연꽃 보러 가자

어두운 세상 밝혀 올리는 연꽃 되러 가자

연잎 위를 구르는 이슬 만나러 가자

세상 진심만 쌓고 쌓아 이슬 되러 가자

이슬 되러 가자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시평]

송나라 때 학자인 염계(簾溪) 주돈이(周敦頤)는 여러 꽃 중에서 특히 연꽃을 좋아했다. 그가 남긴 ‘애련설(愛蓮說)’이라는 글에는 이와 같은 주돈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주돈이에 의하면, 모란은 부귀에, 국화는 은일자에, 연꽃은 군자에 비유된다. 비록 뿌리를 진흙바닥에 내리고 있지만, 그 꽃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강직한 외모와는 다르게 그 속은 넓고 활달하고, 또 향기는 멀면 멀수록 더욱 맑고 은은하게 번져오기 때문이다.

살아가다가 어려운 일을 당해 힘이 드는 그런 날이면, 연꽃을 보러 가자고 시인은 노래한다. 진흙 속에서 밀어올린 그 꽃을 보러 가자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저렇듯 청순한 꽃을 피워 올리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가. 힘들고 지쳐,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그만 자리에 눕고 싶은 날. 그런 날 진흙탕을 밟고 피워 올린, 그래서 흐린 세상에 퍼지는 은은한 연꽃 향기 만나러 가자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리하여 세상 진심만 쌓고 쌓아, 연잎 위를 구르는 이슬 같은, 그 이슬이 되러 가자고 한다.

어렵고 힘이 든 그런 우리네 삶 속에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손 내밀어주는,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그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런 믿음과 그런 은은한 향기, 더욱 절실하게 기다려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너나없이 코로나라는 막막한 이 사태로 인해 힘이 든 삶, 지금 우리 모두 힘겹게 견디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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