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광장시장 상인 ‘울상’

“가게 월세조차 납부할 돈도 못 벌고 있어”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안 지킨 모습 보이기도

 

“코로나19 방역 신경쓰다 손님 놓칠까 불안”

“추석 이후 침체된 경기 다시 살아났으면”

고향 가지 않고 가게 지키는 상인도 있어

 

‘임대’ 내놓은 가게 다수… “전쟁터 같다”

“명절 준비하러 오는 손님 현저히 줄어”

제사준비로 북적였던 전집도 어려움 호소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명절이 와도 전혀 즐겁지가 않아요. (코로나19로) 가게 매출이 줄초상 났는데 추석을 어떻게 즐겁게 보냅니까.”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명절 준비에 여념 없이 바쁜 모습이지만 상인들 안색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여기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정호(가명, 60, 남) 씨가 있다. 그는 지난달 남대문시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여파로 손님을 구경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게 월셋값을 낼 돈조차 못 벌고 있다. 추석 연휴 끼어 있어 큰 수익 기대했지만 매출은 매일 바닥을 찍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씨는 지난 8월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한 대형 상가에서 일어났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상가에서 집단감염이 터지자 관련 확진자가 연이어 늘어났고, 일시적으로 가게 문까지 닫아야 돼 매출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그는 가게의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이달에 할인률이 50%가 넘는 파격 세일행사를 진행했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원래 경기가 어려운 데다 코로나19까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한씨는 “장사가 계속 안되면 가게를 내놓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가게를 접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워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고 말하며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남대문시장에는 명절 준비를 위해 다녀간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 북적이는 손님 탓에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실제 한 한식집에서는 손님들이 50㎝도 채 되지 않은 간격으로 촘촘히 앉아 식사를 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복희(가명, 66, 여)씨는 “명절 전후는 장사가 잘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에 손님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며 “코로나19 방역에 신경 쓰다가 괜히 손님 더 놓쳐서 가게가 망할까봐 (방역수칙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북적이는 이용객을 보고 시장 경제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을 품는 상인도 보였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정선호(57, 남)씨는 “남대문시장에 집단감염 터졌을 때 정말 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할 지 앞이 깜깜했는데 (추석이 다가오니까) 손님이 서서히 다시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정씨는 침체된 경기가 추석 이후에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며 “이번처럼 경제가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경기가) 지금보다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않고 가게를 지키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고향이 부산인 한 생선가게 상인은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이 난리인데 괜히 고향 내려가기가 무섭다”고 불안해하며 “안 그래도 경기가 어려운데 (추석 연휴 동안에) 가게에 계속 남아서 하루라도 더 장사해야지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 않겠냐”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서윤옥(47, 여)씨는 “집이 강원도에 있는데 이번 추석 때는 부모님께 전화로 인사 드려야 될 것 같다”며 “서로서로 어려운 것 다 아는데 집에서도 고향에 오라고 굳이 부추기지는 않는다. 시장 내부 상황도 안 좋은 데다 이번달 매출은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여유롭게 명절을 보낼 겨를이 없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전통 시장은 상황이 괜찮을까. 서울 종로구 동대문시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임대’ 표시가 붙은 빈 가게가 보였다.

명절을 맞아 시장을 찾아온 방문객들도 있었지만, 시장 분위기가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동대문시장에서 20년 넘게 원단 도매업을 해온 황희석(59, 남)씨는 추석 앞두고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봐라. 경기가 어려워서 가게를 내놓은 곳이 한 두개가 아니다. 이곳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전쟁터이다. 내 입에 겨우 풀칠만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만 수입을 벌어도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동대문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선희(39, 여, 서울 중구)씨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장 운영이 많이 힘든 것이 현실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상가가 지금 완전히 죽었다”며 “명절 전후에 (시장가가) 보통 살아나는데 예전만 못하다. 시장 상인들만 울상”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광장시장은 어떨까. 이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같은 날 본지가 다녀간 다른 두 시장보다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다녀가는 손님이 제법 되는 만큼 매출도 많이 나와 상인들의 지갑 사정이 여유로울 줄 알았지만, 막상 상인들의 이야기는 예상과 달랐다.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40대 남자 상인은 “작년에 손님이 많이 왔을 때는 수익이 꽤 좋았는데 올해는 작년 (수입의) 반도 안 된다”며 “지금 사정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월세 내고 나면 실질적으로 남는 돈이 얼마 없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찬가게에서 근무하는 김지원(50, 여)씨는 이번 추석에는 지난해보다 명절 준비하러 찾아오는 손님이 현저히 적어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김씨는 “원래 추석 연휴 때 되면 명절 분위기가 났는데 올해는 좀 조용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으로 인해) 주변 상인들 중 안 힘들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왠지 이번 추석은 굉장히 슬픈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추석 때마다 제사 준비로 인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집도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전이숙(가명, 70, 여)씨는 “명절을 앞둔 시점에는 평소 준비하는 양보다 두배 많게 준비한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제사를 안 지낸다는 손님이 많아 안 팔린 전 재고가 좀 제법 된다. 이걸 어찌 다 처리해야 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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