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귀향 대신 늘어난 ‘혼추족’… “서글프지만 감염우려로 홀로 보내”
[르포] 귀향 대신 늘어난 ‘혼추족’… “서글프지만 감염우려로 홀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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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식당에서 한 시민이 홀로 식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3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식당에서 한 시민이 홀로 식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30

국민 3명 중 1명 ‘1인 가구’ 해당

정부 ‘귀성 자제’ 요청에 “안 가”

부모님이 ‘오지 말라’ 신신당부도

10명 중 7명 “친지방문 않을 것”

[천지일보=최빛나·손지하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추석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귀성을 자제 해야죠.”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보름달처럼 환한 웃음꽃을 피워야할 민족 대명절인 올해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례없는 ‘비대면 명절’로 시작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과 추석 귀성을 포기한 ‘귀포족’도 늘어났다.

서울 동작구에서 홀로 지내는 차명희(가명, 43, 여)씨는 생전 처음으로 부모님께 “고향에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전화만 하면 언제 집에 오냐고 아우성이던 어머니가 서울에서 내려오면 코로나가 퍼질 수 있으니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차씨는 “코로나19가 보고 싶은 부모님을 못 보게 한다는 생각에 잠시 서글펐다”면서도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더 늦기 전에 엄마를 모시고 ‘이번 가을농사 마치면 전국 팔도유람을 다녀오고 싶다. 코로나가 어서 끝나면 좋겠다’고 했다”며 “추석에 집은 못 가지만 용돈이라도 넉넉히 챙겨드려야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정부가 ‘귀성 자제’를 요청하자 귀향을 포기하고 스스로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을 택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서울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연휴 계획’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가 ‘이번 추석 연휴에 같이 살지 않는 가족 및 친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1.3%는 정부의 추석 이동자제 권고에 대해 ‘자제 권고 수준의 정부 개입이 적절하다’고 답했고, 37%는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골목에서 시민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20.9.3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골목에서 시민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20.9.30

고향이 경주라는 직장인 이정원(24, 남)씨도 이번 추석을 홀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가족들이 아쉬워하긴 하지만 추석 때 모임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기도 했고,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서울에 남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쓸쓸하긴 하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연휴기간에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직장생활 하느라 바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늦잠도 실컷 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로운 추석을 보내게 됐다는 장대석(가명, 28, 남)씨는 “지난해에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못가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게 됐다”며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어 했지만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보고 내려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나마 취업에 성공해 용돈이라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명절 때면 어머니가 늘 해주시던 육전과 따뜻한 밥이 너무 그립다. 추석이 지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양손가득 선물을 들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에서 자취중인 조현빈(24, 남)씨도 이번 추석을 혼자 보내기로 했다. 조씨는 명절을 혼자 보내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19로 이번 귀성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잠잠해 지면 내려갈 것”이라며 “이번 추석에는 그동안 못 봤던 영화도 보고, 문화생활을 즐길 것”이라고 답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카페에서 한 시민이 공부하고 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카페에서 한 시민이 공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역대급 취업난에 귀성 대신 ‘취준(취업준비)행 열차’를 택한 청춘도 있었다. 수험생들이 모여 사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카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으로 가득했다.

노량진 한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던 이윤지(25, 여)씨는 “본격적인 공무원 준비를 위해 고향인 부산을 떠나왔지만, 올해 코로나 때문에 학원 수강까지 취소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며 “시간도 없는데 고향까지 왔다 갔다 하면 더 힘들 것 같아 아예 내려가길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서 장녀라 부모님의 기대가 큰데, 시험에 빨리 합격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힘들지만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웃어보였다.

통계청이 지난 8월에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30.2%(614만 8000가구)로 전년(29만 9000명, 29.3%)대비 0.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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