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출처: 뉴시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출처: 뉴시스)

北, 1999년 일방적 선포 ‘해상분계선’ 주장

“영해 침범 시 절대 간과 안해… 엄중 경고”

남측, 1953년 유엔사서 설정한 NLL 인정

9,19 합의에선 ‘평화수역 조성’ 명시하기도

전문가 “갈등 배제 못해” vs “새로운 일 아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47)의 시신 수색과정에서 남측이 “우리 측 영해를 무단침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지난 1999년 일방적으로 제시한 ‘해상군사분계선’과 우리 측 기준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과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북측이 과거에 촉발된 NLL 이슈를 재점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北 “남측, 시신 수색 시 영해 침범 중단해야”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조선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북측 해군 서해함대의 통보를 인용해 “남측에서 지난 25일부터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하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면서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남측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통신은 “우리 측은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주장한 해상군사분계선은 지난 1차 연평해전을 계기로 현재의 NLL을 부정하며 새롭게 내놓은 남북 경계선인데, 북한은 1999년 6월 15일 당시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회담에서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북측 강령반도 남단인 등산곶과 남측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점, 북측 웅도와 남측 서격렬비열도·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 그로부터 서남쪽의 점을 지나 북한과 중국의 해상경계선까지 연결한 선이다.

이 분계선은 NLL 남쪽으로 훨씬 남쪽으로 설정돼 있어, 이 경우 우도·연평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 등 5개를 포함한 서해 남단 해상 대부분이 북쪽 관할 수역으로 들어간다.

우리 군 당국이 북측이 주장하는 분계선을 인정할리 만무하다. 서해 남단 해역을 고스란히 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기준선으로 삼고 있는 서해 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 측 해·공군의 해상초계 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설정했다. 당시 남북 합의로 그어진 경계선은 아니었지만, 남북 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한편 현재 군은 피살된 공무원 A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NLL 이남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서해어업지도관리단) (출처: 뉴시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서해어업지도관리단) (출처: 뉴시스)

◆남북, NLL 두고 오랜 갈등

남북은 오랜기간 서해 영해권과 NLL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가 지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 합의에서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는 데 합의하며 사실상 NLL을 존중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듯했지만, 이후에도 북측이 NLL 인정 여부를 두고 관련 논쟁을 계속 되풀이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졌는데, 25명의 사상자를 낸 2차 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은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하면서 시작했다. 또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도 NLL 인근 수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이 같은 논란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당시에도 불거졌다. 남북은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나가자’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안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9.19 합의 이전의 해상군사분계선을 다시금 거론하고 나와 과거의 NLL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외교통일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NLL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북측이 NLL 문제를 따질 때는 아니라고 본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면 적극 수색에 협조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지적했다.

그 의도와 관련해 문 센터장은 “우리 군이 수색하는 대로 그냥 두면 NLL이 기정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진 것 같다”면서 “남북 간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지난 9.19 군사합의에서 북방한계선이라고 명시했는데, 양측 간 해석이 다른 것 같다”며 “우리는 NLL을 고유명사, 북한은 일방명사로 판단하고 있는 거다.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 통지문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데 대한 발언”이라면서 “남북 간 현안에 대해 북한이 모두 양보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두 문제를 별개의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NLL 발언은 북한이 남측에 이번 공무원 피살 사건을 넘어 그 이상으로 오버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지, 이 문제를 확대시키거나 그런 경우는 아니지 싶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해상 정찰하는 해병대(연평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평도 해상 정찰하는 해병대(연평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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