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별을 삽질하다 - 허문영
[마음이 머무는 詩] 별을 삽질하다 -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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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삽질하다

허문영(1954 ~ 2020)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 가면 덕행 스님이 계시는데, 매일 밤 별이 쏟아져 내려 절 마당에 수북하다고 하시네.

뜨거운 별이면 질화로에 부삽으로 퍼 담아 찻물 끓이는 군불로 지피시거나, 곰팡이 핀 듯 보드라운 별이면 각삽으로 퍼서 두엄처럼 쌓아두었다가 묵은 밭에다 뿌려도 좋고, 잔별이 너무 많이 깔렸으면 바가지가 큰 오삽으로 가마니에 퍼 담아 헛간에 날라두었다가 조금씩 나눠주시라고 하니, 스님이 눈을 크게 뜨시고 나를 한참 쳐다보시네.

혜성같이 울퉁불퉁한 별은 막삽으로 퍼서 무너진 담장 옆에 모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해우소 돌담으로 쌓아도 좋고, 작은 별똥별 하나 화단 옆에 떨어져 있으면 꽃삽으로 주워다가 새벽 예불할 때 등불처럼 걸어두시면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은하수가 폭설로 쏟아져 내려 온 산에 흰 눈처럼 쌓여 있으면 눈삽으로 쓸어 모아 신도들 기도 길을 내주시자 하니, 하늘엔 별도 많지만 속세엔 삽도 많다 하시네.

 

[시평]

도심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정말로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오염된 공기가 하늘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별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도심에서 발산하는 온갖 불빛으로 인해 별이 그 빛을 드러낼 여지가 없다.

오대산(五臺山) 북대(北臺) 미륵암(彌勒庵)은 오대산의 북쪽에 있는 대(臺)에 자리하고 있는 암자이다. 일설에 의하면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을 합해 오대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설도 있지만, 여하튼 오대산 북대 미륵암은 강원도 깊은 산간에 있는 곳으로, 밤이면 마치 별들이 우루루 떨어질 듯한 곳이 분명하다.

그래서 매일 밤이면 별들이 쏟아져 내려 절 마당에 수북하다고 한다. 이 별들을 스님은 별의 생김에 따라 부삽으로, 각삽으로, 오삽으로, 막삽으로, 꽃삽으로, 눈삽으로 각기 퍼다가는 그 적당한 곳에 쓴다고 한다. 부처님이 그 쓰임에 따라 가지각형의 자비심(慈悲心)을 중생에 펼치듯, 하늘에는 가지각형의 별들이 각양의 빛을 지상으로 쏟아내고 있다.

어디 별들만 그런가. 사람들이 사는 이 속세에도 그 각양의 별들을 쓸어 담을 삽도 또한 많다. 누구에게는 어떤 별을 주어야 하고, 누구에게는 어떤 별이 필요한지. 부처님은 모두 다 아신다.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 올라,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신비로운 우주의 기운, 참으로 자비로운 부처님의 그윽한 사랑을 온몸으로 받지 않을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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