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고무신 한 짝 - 성배순
[마음이 머무는 詩] 고무신 한 짝 - 성배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무신 한 짝

성배순

 

빈집 마루 밑구석

하루 종일 굶고 기다리는

속이 텅 텅 비어 있는

때 묻은 흰 배 한 척

 

[시평]

지금은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무신 대신에 새로운 재질로 만들어진 슬리퍼, 아니면 운동화, 구두 등이 신발의 대종을 이룬다. 우리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그 옛날 짚신이나 미투리보다 편하고 훨씬 튼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애호품이 됐다. 고무신은 검정 고무신과 하얀 고무신이 있는데, 아이들은 대체로 검정 고무신을 신고, 어른들은 하얀 고무신을 신었다. 하얀 고무신은 어른들이 한복에 두루마기를 입고 멀리 마실 갈 때도 종종 애용이 되던 신발이다.

시골의 인구가 나날이 감소 한다고 한다. 서울은 인구가 100만에 육박하고, 수도권 역시 그러하니, 서울과 인근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의 어느 군(郡)은 전체 인구가 겨우 1만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시골엘 가면 마당에 풀이 잔뜩 자란 빈집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주인은 어딘가로 떠나서, 버려진 듯이, 비워 둔 집들이 햇살 속에 쓸쓸히 기울고 있다.

빈집 마루 밑에, 그 집에 살던 주인이 신던 하얀 고무신이, 그것도 짝을 잃은 채, 한 짝만이 나뒹굴어져 있다.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마저 틈틈이 쳐진 고무신은 신어주는 주인이 없어, 어쩌면 하루 종일 텅 빈 속내를 드러낸 채 놓여 있다. 주인이 신어줘야, 그래서 주인의 발로 안이 꽉 차야 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하루 종일 굶은 것과 같이 텅 빈 채 놓여 있다.

아무도 신어주지 않아 속이 텅텅 비어 있는, 세월의 때가 겹겹이 쌓인, 이제는 그 누구도 돌아보지도 않는 고무신 한 짝. 주인의 발에 맞추어 어딘가로 나다녀야 하는데, 나다니지도 못하고 마루 밑에 덩그마니 버려진 고무신 한 짝. 먼 바다로 나가고 싶은, 그러나 나가지 못하는 한 척의 흰 배 마냥, 빈집 마루 밑에 쓸쓸히 버려져 있다. 한 집 두 집 떠나가 버리는, 그래서 나날이 인구가 줄어가는, 씁쓸한 우리 농촌의 현실 마냥.

윤석산(尹錫山) 시인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