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요일들

김경미(1959 ~ )

가을의 월요일은

뭐든 제대로 만들려는 맨드라미처럼 오고

 

가을의 화요일은

겹겹이 빽빽한 손길을 모은 국화처럼 오고

 

가을의 수요일은 입에 써서 몸에 좋은

쑥부쟁이 구절초처럼 오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작은 흔들림으로 산과 들과 바다를 뒤흔드는

갈대와 억새, 코스모스와 강아지풀로 오고

 

가을의 토, 일요일은

가을의 일주일을

수수 억만 번 지켜온 높고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처럼 오네.

 

[시평]

무덥던 여름이었는데, 벌써 아침저녁은 서늘하다. 반팔로는 이울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가을은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온다. 어제까지 푸르던 잎이 물들어 가는가 하면, 아침에 눈 뜨니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바람이 들썩인다. 그렇다, 그래서 가을은 어쩌면 그 요일 별로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붉고, 또는 노란 잔 꽃들을 빽빽이 매달고 솟아오르듯 핀,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꽃 마냥 가을의 월요일은 문득, 그렇게 온다. 이렇게 시작한 가을은 이내 세상을 화려하게 밝히는 국화처럼, 또는 돌담가나 시냇가에 무심히 피어나는 쑥부쟁이, 구절초 마냥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코스모스, 갈대, 억새, 강아지풀로 휘적휘적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문득 높아진 하늘, 가을을 수놓는 각 종의 꽃들이 피어나듯, 나날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물들게 하는, 아, 아 날 기다리는 그 사람마냥, 가을은 그렇게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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