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모습. (제공: 한라산국립공원) ⓒ천지일보 2020.9.9
지난 5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모습. (제공: 한라산국립공원) ⓒ천지일보 2020.9.9

정상 면적 21만㎡ 높이 108m

‘만수’ 시 2만여㎡에 높이 4m

화산지형‧토양으로 배수 잘돼

[천지일보 제주=강태우 기자] 최근 일주일 새 쉼 없이 내린 폭우로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장관이 연출됐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한라산에 하루 만에 10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만수(滿水)’를 이뤘다.

‘마이삭’과 ‘하이선’ 두 태풍의 영향으로 한라산에 일주일 동안 비가 쏟아지고 물이 차오르자 파란색 하늘을 담은 호수가 만들어졌다.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500∼600㎜ 이상의 호우가 내리면 백록담이 만수로 차게 된다.

만수를 이뤘다고 하니 물이 가득한 정상을 떠올리지만, 생각보다 낮은 수위의 백록담 모습은 ‘만수’의 기준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흔히 말하는 ‘백록담’은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 전체를 의미하지만 ‘만수가 됐다’라고 할 때의 백록담은 분화구 동쪽 일부에 물이 고여 형성된 호수를 의미한다.

한라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백록담 최대 담수 면적은 약 2만㎡, 만수위는 4.05m, 저장 가능 용량은 약 5만 6000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라산 분화구 총 면적이 21만㎡, 최고 높이는 108m라고 할 때 전체 정상 면적의 약 10%, 높이의 3.7%가량만 채워진 셈이다.

지난 8일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절경을 바라보고 있다. (제공: 제주도의회) ⓒ천지일보 2020.9.9
지난 8일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절경을 바라보고 있다. (제공: 제주도의회) ⓒ천지일보 2020.9.9

그러면 산 정상에 펼쳐진 드넓은 분화구에 말 그대로 ‘만수’로 물이 가득한 모습은 비가 얼마나 내려야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진정한 ‘만수(滿水)’를 이룬 백록담은 앞으로도 볼 수가 없을 전망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등에 따르면 한라산은 갈라진 틈이 발달한 화산 지형인 관계로 이번과 같이 폭우로 만수를 이루더라도 7∼10일 정도면 물이 빠지게 된다.

지형뿐 아니라 토양도 모래와 같은 굵은 화산 토양으로 비를 머금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백록담은 백두산 천지와 달리 샘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없어 빗물 외에는 공급원이 없다. 또 백록담 담수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009)에는 “예전에는 1년 내내 수심 5∼10m의 물이 고여 있었지만 담수능력이 점점 떨어져 수심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바닥을 드러내는 날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라산연구부는 이러한 백록담 담수능력 저하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과거‧미래 담수 수위 추이 등을 연구해 백록담의 육지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한편 한라산연구부는 지난 2004∼2009년 백록담 담수 수위를 연구해 만수위 수심이 4m가량인 것을 알아낸 바 있다.

지난 5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모습. (제공: 한라산국립공원) ⓒ천지일보 2020.9.9
지난 5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모습. (제공: 한라산국립공원) ⓒ천지일보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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