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코로나19가 급속하게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6일까지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보다 강화된 2.5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주로 유흥주점, 단란주점이나 노래연습장 등 12개 고위험시설에 대한 영업 중단조치라면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일반음식점, 프랜차이즈형 카페 등 중위험시설도 이용이 제한된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는 매장내 영업이 불가능하다. 포장이나 배달은 허용되지만 저녁 영업을 주로 하던 업장은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프랜차이즈형 카페도 매장 내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없고 테이크아웃과 배달만 허용된다. 사람들의 침방울 전파가 많고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이 긴 헬스장, 당구장과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관도 운용 자체가 금지된다.

아동과 학생들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학원,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등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이외에도 정부와 공공기관은 전체 직원의 3분의 1 이상이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 3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도 방역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3단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강력한 방역정책의 영향으로 당장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수도권 38만여개 음식점과 제과점, 6만 3천여개 학원, 2만 8천여개의 실내체육관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640만명 중 48%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이들은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에 하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경제적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올 상반기 코로나19 방역차원에서 이동제한 등 국경을 봉쇄했던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2분기 경제성장률(GDP)은 대부분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넘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우리나라가 2분기의 전기대비 -3.3%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미국은 -9.5%, 독일 -10.1%, 스페인은 -18.5%나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2%에서 -1.3%로 석 달 만에 대폭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2.2%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경제를 봉쇄하는 3단계 거리두기를 2주만 시행한다 해도 우리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다.

올봄 코로나19로 미국이 대규모 봉쇄조치를 시행하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코로나 이전 3%대 완전 고용수준에서 4월에는 14.7%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자택 대피령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넉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면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임시 일용직, 청년과 여성 등 취약계층의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그나마 재난지원금 지급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강화되면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치권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이에 따른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급 대상과 규모, 재원조달방안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여야 모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공감하고 있다. 전 국민 지급이냐, 취약계층에 선별적 지급이냐를 두고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재정과 소득분배 효과를 감안하면 선택적 지급이 바람직하지만 추석 연휴 이전에 지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대안으로 독일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소득(근로소득 혹은 사업소득)이 감소했다면 자발적으로 신청하면,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한 이후 연말정산시 소득 증감 여부를 점검하고 사후 정산을 통해 실제 소득이 줄지 않았다면 환수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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