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부동산이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이슈화되는 양상이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데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도 밀접한 사안이다 보니 언론들조차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발언이 촉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과열 양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뿐 아니라 언론까지 덩달아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계지표로만 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내용이라 보기 어렵다.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10일 기준)는 주간기준 5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전세가격은 10일 기준 0.14로 일주일 전 0.17보다 상승폭이 줄었지만 아직 추세적으로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한국감정원조차 전세매물이 줄어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신축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을 크게 높여 부르는 곳이 많아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주간기준 59주 연속 상승했다. 무엇보다 20여 차례 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조만간 시장안정을 외쳤지만 이내 풍선효과를 반복하면서 반등했던 상황이 반복되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 통계지표조차 신뢰를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간부동산조사업체 부동산114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10억원 돌파 소식도 팩트체크가 한창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집값이 높은 순으로 일렬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평균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하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여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 10억원 돌파’라는 보고서에서 지난달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9개 구(강남4구, 마포용산성동, 광진구, 양천구)가 10억원을 넘어섰다.

 나머지 16개 구는 10억원을 밑돌았다.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은 강남구는 20억 1776만원, 2위인 서초구 19억 5000여만원, 송파구가 14억 7000만원이니까, 서울 나머지 구 가운데 4억원대에서 6억원대 저가 아파트의 평균매매가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소스(출처)다. 이 보고서는 실제 지난달 이뤄졌던 매매건, 그리고 회원 중개업소를 통해서 받은 적정시세, 그리고 자체조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거래된 데이터 표본자료가 많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갖춰야할 출처, 조사방식, 표본오차 등이 빠져 있어서 리포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체감상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고 평균매매가 10억원 돌파 역시 타이밍에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집값 담합과 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감독기구를 추진하고 있어 이 또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정부는 호가 조작이나 집값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하지만 이를 적발하고 처벌할 제도·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과연 투기 거래와 담합 때문일까. 지나치게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또 하나의 옥상옥 감독 기구 설립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2천여명이 넘는 금융감독원이 좋은 사례다.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보다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크지만 최근 원금 전액 손실을 초래한 일렬의 사모펀드 사태며,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등 여전히 불법 금융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바로 30대 무주택자들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정부의 8.4공급 대책의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입지가 좋은 과천, 마포 등은 인근 지역주민 반대가 여전한데다, 공공 참여형 재건축 5만호 계획에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당근책으로 제시했지만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대 70%를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그래도 남는 개발이익의 90% 환수하겠다는 계획에 동참할 민간 재건축단지는 많지 않다. 이 부분부터 해법을 찾는 게 실수요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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