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not caption

최근 안산, 용인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또 깡통전세가 등장했다. 깡통전세란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아파트를 말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3일 2억 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같은 크기 매물이 지난 7월 말 8월 초에는 2억~2억 1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인근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한데, 같은 면적의 현재 전셋값이 3억원으로 분양가와 같아졌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3단지’ 전용 44㎡는 3일 1억 8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달 같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졌다.

수도권에서 잇따라 깡통전세가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의 잇따른 규제 영향으로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은 다소 진정되고 있는 반면에 전세가격은 1년 넘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청약대기 수요자들의 전세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다. 깡통전세의 등장으로 무주택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하지 말고 3기 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집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1년 넘게 오른 전셋값이 혹시나 매매가를 더 끌어올릴까봐 불안한 마음도 여전하다. 실제로 깡통전세 등장으로 일부 무주택자는 전세 알아보다가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제강화로 주택 거래 자체가 급감한 데다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높은 전세가를 부담하면서도 전세로 눌러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은 주간기준 58주 연속 올랐고 서울은 64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5.9%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015년 16.9%를 기록한 이후 2016년 4.7%, 2017년 4.1%, 지난해에는 2.5%를 기록했다.

최근 전세시장의 특징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는 7~8월에도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이어지는 가을 이사철 수요를 감안하면 전세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치솟는 전셋값에 무주택 서민들의 전세대출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에 2조 7억원 수준이던 전세대출이 지난달 3조 4천억원으로 월간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전세대출은 대부분 실수요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속된 전세난에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뛰는 전셋값에 깡통전세까지 등장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3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전세 만기 후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집주인 대신 보증기관(국가)이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보증기관이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의 연 0.128% 정도의 보증수수료를 내면 집주인이 전세만기 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온전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문제는 실제로 집주인 대신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국가가 대신 갚아준) 금액은 올 들어 8월까지 1516가구, 30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총액인 1364가구, 283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2013년 9월에 출시된 이 상품의 대위변제 금액은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설 경우,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임대차 기간이 최장 4년 길어진 만큼 전세계약기간 만료 1년 이상 남아 있다면 이 상품 가입을 적극 검토해야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