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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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북한의 개성시에 살다가 강화도 지역을 통해 탈북한 24세의 청년 김금혁, 그가 다시 온 길을 따라 북한으로 돌아가 세상이 시끄럽다. 참고로 개성시는 원래 직할시였으나 15년 전 황해북도로 편입됐다가 최근 다시 직할시로 승격된 도시다. 이 청년은 여기서 주로 개성공단 내 물건을 날라다 파는 장사를 했는데 개성공단이 문을 닫아 버리자 살길이 막막해 남조선으로 탈북했다고 평소 친구들에게 말해 오던 친구였다.

그는 지난 7월 19일 야밤을 이용해 자기가 탈북해 내려온 길을 따라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남쪽이나 북쪽이나 경계태세가 좀 느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심지어 그는 개성으로 돌아가서도 바로 잡히지 않고 2~3일 동안 개성시를 배회하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 사회의 허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탈북민 1명 때문에 코로나19가 개성시내 전체에 퍼질 수도 있다며 간부들을 질책하고 개성시에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월북자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방역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북자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인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당 정치국 차원에서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된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 제1부부장도 참석했는데 그는 지난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북·중 국경을 차단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지만 북한 내 특정 지역이 전면 봉쇄 조치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회의 영상을 보면 회의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부일 당 군사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이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박태성 당 부위원장, 전광호 내각부총리를 일으켜 세워 질책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확대회의에서 “전당과 전사회적으로 강한 조직적 규율과 행동과 사고의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 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 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향후 내부 결속을 위해 월북자 김씨를 TV에 출연시켜 우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태세를 비난하는 선전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검열성원들을 파견해 해당 군부대를 검열하고 해당 지휘관들을 문책하라고 호령했는데 바로 김씨가 남쪽으로 간 것을 3년 동안이나 모른 군부대 지휘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해당 지역의 사회안전부와 국가보위성도 처벌 받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탈북자가 발생해도 3년 동안 알지 못하는 정도라면 북한 사회도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이제 와서 간부들을 잡으며 야단법석을 떤들 뭐가 달라질 수 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김씨가 개성으로 돌아가서도 2~3일 동안 잡히지 않고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둘러메고 간 달러의 상당부분을 이미 감추어버렸을 것이다. 김씨는 월북하기 전 배수로에 가방을 버렸는데 거기에는 500달러만 환전한 영수증이 남겨져 있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2만 9500달러는 개인적으로 처분했다는 말이다. 한국 정부의 보건 당국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김씨는 물론 그와 접촉한 두 사람을 검사한 결과 코로나19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의 탈북자 이용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그 전에 탈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상낙원’을 만드는 일에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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