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천지일보 2020.8.23
ⓒ천지일보 2020.8.23

북한이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 소집을 선언했다. 그런데 왜 여태껏 ‘승리자의 대회’였는데 이번엔 ‘실패자의 대회’일까. 이른바 조선로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솔직한 독백이 바로 실패자의 대회이다. 북한 노동당은 1946년 2월 조선공산당(당수 김일성)과 조선신민당(당수 김두봉)이 합당하면서 당명을 북조선 노동당으로 했고 이것이 조선노동당의 제1차 당 대회이다. 그리고 1948년 남조선 노동당과 북조선 노동당이 합당하면서 조선노동당으로 출발하게 됐고(공식 합당은 1949년) 이것이 제2차 당대회이다. 1956년 소련 공산당 제20차 대회에서 스탈린 개인숭배가 치열하던 시기에 북한은 제3차 당 대회를 개최했고, 1961년 9월에는 김일성 1인 지배를 확립하는 제4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다시 1970년 제5차 대회가 개회됐고, 1980년에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식화 하는 제6차 당대회가 개최됐다. 북조선 노동당의 창시자 김일성의 당 지배는 이것이 마지막으로 그 뒤 철부지 지도자 김정일에 의해 북한은 정치도, 경제도 소리 없는 붕괴의 36년을 거친 뒤인 2016년 5월 김정은에 의해 제7차 당대회가 소집됐고, 내년 1월 다시 제8차 당 대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지배 만 10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가 승리자의 대회가 아니라 ‘실패자의 대회’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김정은이 스스로 그 말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더욱 그러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여 년의 통치 기간을 통해 제법 큰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되는 바, 현 노동당의 구조와 리더십을 가지고는 북한을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천만다행이 아닌가?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의 국정운영과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위임 통치는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 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또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그 배경에 관해 “첫째는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졌는데 그것을 상쇄하는 차원이고, 둘째는 정책 실패 시 그에게 쏠리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9년간 통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여러 출처 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말 군사부 대신 군정지도부를 신설한 데 대해 “군에 대한 당 통제력 강화”, 인민보안성을 사회안전성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 것에 대해선 “공안통치 강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일환 선전선동부장 발탁에 대해선 “김정은 일가와 친분이 있다고 한다”며 “유튜브를 통해 영어로 ‘코로나 없음’을 선전하는 등 대미·대외 맞춤형 선전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일환은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은 바로 김정일의 호위사령관 이을설 원수의 아들로 그는 만경대혁명학원을 졸업하고 청년동맹위원장을 지냈으며 김정은 정권 들어와 당 근로단체 부장을 지낸 김씨 일가의 최측근이다. 현재 북한은 당 8차 대회를 앞두고 권력기관은 물론 사회 정치, 경제 등 북한 전 분야에서 쇄신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실패 통치’의 일대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꼭대기만 바뀌면 아래는 저절로 바뀌는 체제 아닌가? 김정은과 김여정이 먼저 바뀌면 그만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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