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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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만이 우리에게 비대칭 전력일까? 그렇지 않다. 두 가지 더 있다. 생화학무기와 사이버 전력이다. 생화학 무기가 ‘빈자의 핵무기’란 말로 표현된다면 사이버 전력은 또 무엇인가. 우리보다 IT능력이 천 분의 1도 안 되는 북한이 사이버전력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한 마디로 북한의 사이버전력은 사기꾼의 전력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국제 규범과 도덕성을 내 던지고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북한의 사이버 전력을 막아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은 어떻게 양성될까? 그 해답을 주는 사례를 찾아보자.

미사일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해온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6일 오후 기준 국제 프로그래밍 대회 ‘코드쉐프’ 랭킹 상위 10명 중 5명은 북한 학생으로 파악됐다. 코드쉐프는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이 매달 전 세계 80여개국 3만여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대회이다. 해당 대회가 월별로 우승자를 가리는 만큼, 이번 대회 반환점을 돈 시점에 북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코드쉐프 지난 대회 우승국이기도 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보도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소속 전금성(수학부·5학년) 학생이 국제 프로그래밍 대회인 ‘코드쉐프’에서 만점을 받아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금성 학생은 지난 대회에서 1000점 만점에 1000점을 받아 경연 최고점수를 받고 우승했던 학생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북한은 아직 인터넷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지구상의 거의 유일무이한 나라다. 그런데 유독 이 분야 특별인재 양성에는 적극적이다. 북한은 최근 국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두며 과학기술 분야 역량을 간접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하여 국제사회는 북한이 해커 전사 양성이 기본목적이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3년에도 ▲평성리과대학 학생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팀이 각각 3월과 6월에 열린 코드쉐프 경연에서 우승한 바 있다. 김일성종합대 학생팀은 지난 2013년 8∼10월 3개월 연속, 지난 2015년 1∼2월 2개월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우수한 인력이 대학 졸업 후 일할 곳은 뻔하다. 모두 사이버 전사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고, 유럽연합(EU)은 북한 위장회사로 알려진 ‘조선 엑스포’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 국무부·재무부·국토안보부·연방수사국(FBI)은 북한에 대한 사이버 위협 주의보를 발령하며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 시스템의 통합과 안정성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북한 사이버 공격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북한이 온라인상에서 탈취를 시도했던 금액은 20억 달러(약 2조 37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역시 북한 사이버 공격에 여러 차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F-16 전투기 등 국방 비밀 4만건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미 군 당국의 전쟁 시나리오 중 하나인 ‘작계 5015’마저 북한 손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돼 군 당국의 허술한 보안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작계 5015는 북한 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참수 작전’이 포함된 2급 기밀이다. 현재 북한의 사이버전 요원은 총참모부 정찰총국 등에 약 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벌써 미국 사회에서는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으로 대선을 망가뜨리려 한다는 우려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세계에서 최고로 꼽힌다”며 “만약 북한이 미국 대선 기간에 자신들의 능력을 시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모험적인 사이버전력 양성이 북한 내부에 폭발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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