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거미줄 -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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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손택수(1970 ~  )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미터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잠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시평]

부모와 자식 간을 무엇이라고 이름하는가. 이를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하늘이 맺어준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륜(五倫) 중에서도 그 으뜸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다. 이때의 친(親)은 단순히 개념적인 친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떼어내려고 해도 결코 땔 수 없는, 그러한 관계를 뜻한다. 하늘이 맺어준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천륜은 유독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이 깔보며 미물(微物)이라고 이름하며 부르는 생물들에게도 천륜은 있다. 밖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그래서 집안에서 키우려는 욕심에 새끼 한 마리를 어미가 보지 않을 때 몰래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랬더니 어미 고양이가 며칠을 집 담벼락을 타고 올라와서는 창문으로 들여다보며 울고는 했다.

천륜이라고 할까, 모성이라고 할까, 여하튼 어미와 새끼는 천륜이라는 끈으로 연결이 돼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먼 나라로 공부를 하러간 자식이 한국의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밤과 낮이 서로 다른 지역이기 때문에 늦은 밤에 전화가 온다. 잘 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부모 되는 사람은 자식에 대하여 늘 마음을 편히 놓지를 못한다.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끈끈한 줄 하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 매달려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 마냥.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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