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3일

나혜경(1964 ~ )

 

코로나 끝나면 밥 한번 먹자

 

갚아야 할 빚이 두 달째 밀려 있다

사월이 오면, 아니 오월이 오면

매일 빚 갚으며 행복하자

 

꺼도 꺼도 살아나는 불씨는

병원도 호텔도 집도 감옥으로 만들었다

 

봄 감옥에 갇혀

연로하신 부모님도 오래 만나지 못했다

 

봄이 왔어도 봄 아니다

 

[시평]

뜻하지 않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많이 당황했다. 단시간에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우려를 하고, 어쩌면 인류의 삶이, 그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서로 만나서 밥이라도 먹고 수다를 떨어야 서로 친해지는 것이 사람살이인데, 밥은커녕, 아주 긴급한 일이 아니면 서로 만나기조차 꺼려하는 것이 코로나 사태 이후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그래서 이즘의 인사가 ‘코로나 끝나면 밥 한번 먹자’이다. 그러나 그 끝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니 어디 제대로 밥이라도 한 끼 함께 하겠는가. 서로 만나고 그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인데, 우리는 그 일상의 일을 행해야 하는 데에 주저해야 하고, 또 미루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들을 한다.

겨울 지나 새봄에는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꺾어 버리고, 코로나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치닫고 있다. 꺼도, 꺼도 자꾸 살아나는 불씨 마냥, 코로나는 병원도 호텔도 집도 모두 감옥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세상이 모두 감옥인 것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 만능의 이기주의가 만든 감옥에 우리들 스스로 갇힌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우리를 되돌아봐야 하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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