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원칙과 상식대로 정리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전면 수용했다. 늦긴 했지만 그럼에도 ‘만시지탄’이다. 지난 3월 말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거의 100일만의 결론이다. 그 사이 우리는 법무부와 검찰, 여당과 검찰, 검찰과 검찰, 그리고 여당과 야당이 끝없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봤다.

정치권과 검찰이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검찰은 스스로도 제어하기 어려울 만큼의 ‘정치 집단’처럼 비화되고 말았다. 성급하게도 윤석열 총장이 야권의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윤 총장 개인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지는 모르지만, 정치중립을 생명처럼 여기는 검찰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로 내몰린 것이다. 검찰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냐며 냉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반대로 통합당 보다 낫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든 검찰 입장에서는 최악의 혹평이다.

채널A 이 모 기자와 윤석열 총장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법률적으로도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사실일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언론의 가장 추한 모습과 검찰권력의 음모적 정치행태가 그대로 폭로된다는 점에서 역대급으로 기록될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도 검찰 수사의 철저한 중립성 확보와 명확한 사실규명은 절체절명의 국민적 요구였다. 그러나 잘 진행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윤 총장의 요구가 전달되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혹자는 검찰총장으로서 당연한 권한일뿐더러, 균형 있게 조사하라는 지시가 무슨 잘못이냐고 묻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 윤 총장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시각이 많았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윤 총장은 대검 부장회의로 공을 넘기는가 하면,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전문 자문단’ 소집 카드까지 빼 들었다. 추 장관이 이 대목에서 윤 총장의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시비가 엇갈린다는 얘기는 적절치 않다. 법과 상식, 국민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검찰’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윤 총장의 처신은 더 신중해야 했다. 자칫 윤 총장의 ‘측근 구하기’라는 역풍을 몰랐다면 검찰총장으로서의 자격도 없다. 아니겠지만 대선주자 운운하는 소리에 반응했다면 대선은커녕 역대 최악의 ‘정치검찰’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다만 윤 총장의 자충수에 검찰조직 전체가 불신의 늪으로 빠져드는 현실이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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