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쿠바의 진실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물었다. 쿠바에는 흑인이 많을까, 백인이 많을까라는 질문이다. 흑인이 많지 않겠느냐는 답이 당연하다는 듯 돌아왔다. 답은 반대다.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미국 인구에서 백인과 흑인의 비율은 거의 8대2 수준이다. 쿠바도 거의 똑같다.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미국과 쿠바의 인구 비율은 거의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원주민을 빼면 쿠바와 미국은 이주민들에 의해 나라가 만들어졌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수 세기 동안 유럽에서 넘어온 이들이 세운 나라이다. 사탕수수와 면 재배를 위해 대량의 농업 노동력이 필요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대량 수입해, 부족했던 인력을 충당했다. 당연히 쿠바와 미국의 인구구조는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쿠바에 대한 이 같은 편견은 스포츠를 통해서만 그 나라를 봐 왔기 때문에 생겼다. 야구와 복싱, 육상, 배구 등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많이 배출한 쿠바는 한때 스포츠 강국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쿠바를 스포츠에서 본 잣대를 통해서만 이해했다. 쿠바 스포츠의 선수들이 대부분 흑인이었던 관계로 인해 흑인들의 나라로 판단했던 것이다. 

스포츠 안에서도 잘못된 편견이 일어난다. 백인과 흑인 선수들에 대한 오해이다. 백인 선수들은 지적이고, 흑인 선수들은 강인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편견이다. 백인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강하고 머리가 좋다는 인식이며, 흑인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강점을 타고 났다는 이해이다.

이는 피상적으로만 본 백인과 흑인 선수들의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다. 백인 선수들은 골프, 테니스, 수영, 승마 등 이른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흑인 선수들은 육상, 야구, 농구, 복싱 등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다. 언뜻 보면 정신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는 종목에서 백인이, 육체적인 면이 우선시되는 종목에서 흑인이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쪽면만 본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종목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천부적인 소질을 갖춘 선수들이 탁월한 성과를 낸다. 백인과 흑인의 인종적인 차이는 없다는 게 인종학자들의 과학적인 진단이다. 그럼 이런 편견이 왜 생기는 것일까. 스포츠에서 편견이 생기는 상당 부분은 언론에 의해서이다. TV나 신문 등 스포츠 보도를 보면 특정 스타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경향이 많다.

골프에서 타이거 우즈는 예외적 존재이기는 하지만 농구 르브론 제임스, 테니스 로저 페더러, 수영 마이크 펠프스 등의 슈퍼 스타들을 많이 다룬다. 대중들은  특정스타로  편중화된 보도를 접하면서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된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전한 유럽 축구 선수들에 대한 TV 중계진들의 인종적 편견 보도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잘 드러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선수 연합인 프로축구협회가 발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축구 해설위원들이 흑백 선수들을 묘사하는 방식의 차이는 극명하다.

방송 해설자들은 백인들의 지적 능력, 지도력, 다재다능함을 칭찬한 반면 흑인 선수들은 주로 육체적인 능력을 부각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경찰 폭력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 프로스포츠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아직도 스포츠에서 인종적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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