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100년 전 조선체육회 창립취지서가 간절한 이유
[스포츠 속으로] 100년 전 조선체육회 창립취지서가 간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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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대한체육회 출범 100년을 맞은 2020년 7월 13일은 아주 조용하게 지나갔다. 세 자리 숫자를 기념하는 날치고는 너무나 공허하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100주년 공식 행사는 별도로 갖지 않았으며, 대한체육회장의 그 흔한 축사나 공식 메시지도 없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100주년 행사가 전면 취소된 것은 대한철인3종협회의 최숙현(22) 선수의 비극적 사건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이날 1920년 7월 13일 서울 인사동 중앙예배당에서 출범한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의 지난 1세기를 되돌아보고 자축하는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식’을 정세균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의식, 행사 장소인 3천명 수용의 서울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 6백명만을 초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폭력 때문에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8일 이 행사를 무기 연기했다. 대신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같은 체육계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스포츠 (성)폭력 근절 다짐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스포츠계 폭력 근절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유관 체육단체장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 이 행사에는 축구, 야구 등 77개 회원종목단체장과 17개 시도 및 228개 시군구체육회장 등이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후 약방문격으로 뒤늦게 실효성 없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자 10일 ‘스포츠 (성)폭력 근절 다짐 결의대회’를 취소했다. 대신 반폭력과 스포츠 인권증진을 위한 근본적인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비상대책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방향을 다시 바꾸었다. 우왕좌왕하는 대한체육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100주년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그 날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 것은 아닌가 스스로 반문을 해본다. 언론들도 100주년과 관련한 특집이나 기사를 별로 내보내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도 스스로 자제를 하는 상황에서 언론들이 먼저 나서서 요란을 떠는 것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100주년을 맞아 사진 전시회, 다큐 홍보영상제작, 기념우표 발행, 체육진흥 특별상 시상, 심포지엄, 타임캡슐 제작·체육 인명사전, 100년사 발간, 상징 조형물 설치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했거나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시집갈 때 등창난다’는 속담처럼 정작 공식 기념일에는 어떠한 행사도 하지 못했다.

최숙현 선수 사건의 문제점과 대책을 숙의하면서도 대한체육회 100주년 행사는 얼마든지 열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게 체육인들의 시각이다.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대한체육회 100주년 행사를 하면서도 나름대로 최숙현 선수 사건의 후유증에 대한 문제를 검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00주년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결코 여론에 반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년 1월 초 천지일보에 게재한 ‘체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운 대한체육회 100년 정신’(2020.1.4.일)에서도 밝혔듯이 대한체육회 100년은 한민족의 건강한 기상을 드높이고 민족혼을 불러일으킨 역사의 시간이었다. 지덕체를 강조한 조선체육회의 창립취지서에는 체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한국인의 생명을 다시 일으키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국한문 혼용체로 된 당시 취지서는 “민족의 웅장한 기운을 일으켜, 강건한 신체를 만들고 사회의 발전을 이끌며 개인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선 운동을 장려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전쟁, 4.19, 10.26, 5.18 등 역사적인 격변기를 거치면서도 세계 속의 한국스포츠를 발전시킨 것은 조선체육회의 창립취지서대로 체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려는 숭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정신은 최숙현 선수의 사건을 보면서 더욱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비록 공식적인 100주년 행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선진화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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