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스포츠 교육 현장에 ‘공황’을 가져왔다. 대학, 중·고 대회가 모두 개점 휴업 상태를 맞으며 학생 선수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특히 내년 입시를 앞둔 고3 학생 선수들에게 충격은 더욱 컸다. 올해 상반기 대회가 모두 연기, 취소되는 바람에 이들은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년 같으면 보통 상반기가 끝날 무렵이면 어느 정도 진학할 대학을 위한 개인 및 팀 성적을 확보해 스카우트의 윤곽이 드러났다. 4강 이상의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을 올리면 대학 진학 성적에 반영되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3 이전까지의 성적이 좀 부족하면 고3 상반기에 열심히 해 성적을 보태면 대학 진학 자료에 유리한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금년에는 난데없는 코로나19의 기습으로 인해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이후 프로 스포츠 종목은 물론 아마스포츠 종목 모두 문을 굳건히 걸어 잠그고 일체의 대회를 갖지 못했다. 프로 스포츠는 5월 들어 프로야구, 프로축구, 여자프로골프 등이 무관중으로 경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마스포츠는 전혀 재개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6월 말부터 대학농구, 대학배구 등 일부 종목에서 무관중으로 전국 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대부분의 종목이 대회를 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대한체육회측의 판단이다.

각 종목에서 전국대회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당연히 고3 학생 선수들이다. 일부 선수와 학부모들은 협회와 대한체육회 등에 대회 재개 여부를 문의하기도 하나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 등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회를 열고 싶으나 전국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어 체육관 장소를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허락을 하더라도 까다로운 방역 지침 때문에 대회 자체를 개최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전 국민적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다보니 전국 대회를 열겠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볼링 등 일부 종목 관계자들은 고3 학생들을 위한 특별 대회 등을 마련, 대입에 필요한 성적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을 대한체육회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제안하기도 했으나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야구, 골프 등이 야외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방역 활동을 철저히 하는 조건으로 일부 대회를 여는 데 자극을 받아 볼링 등 실내 종목 등도 무관중으로 고3을 위한 대회를 열겠다는 것이었으나 당국은 많은 선수들이 모이는 집합 장소나 대회는 국민 보건 안전을 위해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대회를 못 치른 대부분의 종목은 하반기에 대회를 몰아서 잡으려면 일정과 장소 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마 하반기에 대회를 치르지 못하면 이번 고3 학생들은 자칫하면 유급이나 재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서울시 체육회 정영희 감사는 “고3 학생 선수들을 위해서 비상책이 필요하다. 특별한 구제 방법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다각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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