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미모냐 실력이냐, 그것이 문제다’
[스포츠 속으로] ‘미모냐 실력이냐,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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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들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월계관을 수여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올림픽 발상지에서 열렸던 만큼 그 전통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월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제전형식으로 벌어질 올림픽에선 우승자의 명예를 나타내기 위해서 태양신을 숭배하는 아폴로의 신목(神木)인 월계수(laurel crown)의 잎으로 만든 관을 수여한 데서 유래했다. 신을 위한 상징적 대상이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우승자의 등신상이나 흉상을 중요한 거리에 설치해서 이들의 업적을 기렸다고 한다. 아름답고 균형잡힌 육체와 각종 스포츠에서 우수한 기량을 갖춘 청년들을 빼어난 맨몸 조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며 신격화했던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강한 사람들은 신과 흡사한 모습일 것이라는 상상력에 근거해 이러한 조각상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의 모습을 생각해본 것은 최근 여자골프에서 유현주, 안소현 등 미녀 골퍼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논란 때문이다. 미모가 우선이냐, 실력이 우선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유현주 등은 코로나 19 이후 3개월여 중단됐다가 지난 5월부터 재개된 국내 여자골프대회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둘은 빼어난 외모 덕분에 우승자보다 더 화제가 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언론 등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에 담아 경쟁적으로 보도를 한다. 골프 대회 현장 사진은 물론 인스타그램 등 SNS 개인 계정에 올라와 있는 모습까지 담아 올린다. 그들 기사에는 대개 ‘섹시 골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미모에다 뛰어난 몸매까지 갖춘 그들은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단연 눈길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참가한 대회 성적이 별로 안 좋다는 사실이다. 유현주는 시즌 첫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4라운드까지 진출했을 뿐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안소현도 유현주와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이들의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인터넷 댓글에는 미모냐, 실력이냐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로골퍼라면 성적을 올리는 게 우선이다. 경기력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성적은 곧 돈이다. 프로무대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좋은 성적을 내 많은 돈을 버는 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프로골퍼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부른다.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에게 당연히 광고와 스폰서도 많이 따라간다.

하지만 비록 성적을 내지는 못하지만 미모 등으로도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성적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개성과 패션 등으로도 대중에게 볼거리를 줄 수 있다. 빼어난 경기력을 발휘하는 이도 있지만 다양한 스토리로 분위기를 살려주는 이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경기력이 아주 보잘 것 없는 정도는 아니다. 프로테스트, 투어 2부 등 치열한 경쟁을 거쳐 1부 무대에 오를 정도면 수준급 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이다. 유현주는 지난 2011년 투어에 입회한 이후 1부에서 뛰다가 2부로 잠깐 내려갔지만 지난해 치열한 2부 경쟁을 최상위권으로 뚫고 다시 1부로 복귀했다. 안소현도 지난 수년간 JLPGA에서 활동을 하다고 국내 무대로 뛰어들었다.

프로무대는 단편적인 밋밋한 상품보다는 여러 모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더 인기를 끌 수 있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못 가진 것을 가진 스타들에게 매료돼 뜨거운 팬심을 보여준다. 둘은 비록 성적을 내지는 못하지만 골프의 다양성을 위해 순기능적인 측면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빼어난 신체를 가진 이들도 우수한 경기력을 가진 이들과 함께 신의 형상화로 조각상을 빚었던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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