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통과 축하하는 홍콩 내 친중 지지자들[홍콩=AP/뉴시스] 30일 홍콩에서 친중 지지자들이 홍콩국가안전유지법(보안법) 승인을 축하하는 집회에 참여해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홍콩 내 국가 분열 행위를 처벌하는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최종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홍콩에서 친중 지지자들이 홍콩국가안전유지법(보안법) 승인을 축하하는 집회에 참여해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홍콩 내 국가 분열 행위를 처벌하는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최종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뉴시스)

7월 1일부터 홍콩보안법 시행

반체제 행위 시 최대 종신형 가능

美 “홍콩에 국방물자 등 수출 중단”

정부 “홍콩, 고도의 자치 중요” 강조

전문가 “홍콩과 중국 모두 감안한 표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에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맞대응을 하면서 미·중 갈등의 장이 무역전쟁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등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인데,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中, 홍콩보안법 만장일치 통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전날 전체 회의에서 홍콩보안법을 162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을 특별행정구 기본법 부칙 3에 삽입했고, 홍콩 정부가 현지에서 발표해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자 시진핑 국가 주석은 주석령 제49호에 서명했고, 홍콩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당일 안에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가 홍콩보안법 발효를 서두르는 것은 7월 1일이 1997년 홍콩 주권반환이 이뤄진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자 중국 공산당 창립 99주년 기념일이기도 해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가능한 한 빨리 공포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홍콩보안법은 오늘 늦게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 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분열 및 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은 최고 종신형에 처해진다.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가 목적인 만큼 홍콩 내 민주진영에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운동가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반(反)중국 인사들이 대거 체포될 것이란 관측이다.

홍콩의 민주파 진영에서는 홍콩보안법 통과로 금융, 비지니스 허브 기능과 정치적 자유가 사라지고 한 국가 두 체제인 일국양제 원칙 또한 크게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美, 홍콩 특별대우 중단

미국은 2047년까지 홍콩에서 일국양제 원칙을 보장한다는 ‘홍콩반환협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홍콩보안법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특히 홍콩보안법 통과가 유력해지자 통과가 결정되기 직전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preferential treatment)를 즉각 박탈, 중단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동시에 강경한 조치를 내놨다.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홍콩에 미국 군사장비 수출을 중단하고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 홍콩에도 중국과 같은 제한 조치들을 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해왔다.

홍콩을 별개의 관세영역으로 인정해 중국 본토보다 낮은 무역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미국의 특별대우도 한몫했다.

어찌됐든 홍콩의 특별대우가 중단되면, 홍콩의 수출품은 중국 본토 수출품에 적용되고 있는 관세폭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잔혹한 권위주의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출처: 뉴시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잔혹한 권위주의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출처: 뉴시스)

◆정부, 홍콩보안법 통과에 사실상 우려

우리 정부도 중국의 홍콩보안법 채택과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홍콩은 우리에게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부는 1984년 중·영 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며, 중·영 공동성명과 홍콩기본법에 따라서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면서 안정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영국이 1984년 체결한 ‘공동선언’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간 행정·사법·경제 분야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의 원칙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이 반중(反中) 인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일국양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일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1984년 중영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한다”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명시적으로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힌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법안 통과에 사실상 우려를 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다만 김 대변인은 “미·중 양국 간 안정적인 우호협력 관계는 동북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바, 정부는 미 ·중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향후 어떤 스탠스(입장)를 갖고 이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오늘 입장 표명은 적절했다고 본다”면서 “홍콩보안법이 홍콩 시민의 자유와 자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인지하면서도 중국과 관계를 고려한 절충적 표현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콩 민주화 세력의 주장과 달리 중국 시각에선 자치권을 부여했지만, 홍콩도 중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분리·분열을 용인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현 상황을 보면 홍콩이 외국세력과 결탁해서 분리·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게 중국의 판단인데 그런 우려가 이번 조치를 가져온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채택하는 등 강경조치를 취하는 데는 조국을 수호한다는 명분이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국익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누가 맞다 틀리다’를 얘기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애매모호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0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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