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기본권으로서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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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 제10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에서 보통 인간의 존엄은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가치에 관해서는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또는 인간의 존엄성 등을 말하면서 존엄과 가치를 하나의 묶음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인간의 존엄으로부터 인간의 가치가 나오기 때문에, 양자를 하나의 용어로 취급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과 인간의 가치는 하나의 묶음일 수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이란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이 모든 가치판단의 주체이기 때문에 외부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인간의 가치란 인간이 스스로 주체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가치란 사전적으로 사물이 가지는 쓸모 또는 유용성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가치란 인간이 공동체에서 갖는 존재감을 말한다.

인간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통해 형성된다. 소위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은 스스로 존엄하고자 하는 표현일뿐 인간도 만물의 한 부분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적 존재라는 시각에서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지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이 스스로 공동체에서 필요한 존재라고 할 때 인간의 가치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공동체에 있어서 최고규범인 헌법은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은 법치국가의 목표이지만, 그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간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치는 인간이 자주적 인격체로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창의적이며 성숙하고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에 근거한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관련해 “헌법상의 인간상은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개체로서의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하에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민주적 시민이다”라고 해, 인간은 자기책임 하에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존엄하고 가치가 있다고 봤다.

1049년 제정된 독일연방공화국의 헌법인 기본법은 제1조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불가침이다”라고 했다. 이 헌법 규정을 도입한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은 제8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이 독일 헌법과 달리 인간의 존엄뿐만 아니라 가치까지 규정함으로써, 인간의 존재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는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존엄과 가치를 구별하거나 이를 통일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양자의 구별 유무와 관계없이 헌법이 규정한 이상 인간은 가치 있는 존재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봐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가치란 인격적 존재로서 인간이 갖는 고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의 연관 속에서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가치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재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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