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566일 만이다. 국정운영과 관련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관계임에도 이처럼 오랜 만에 만났다는 것은 청와대와 야당의 거리가 그만큼 멀었다는 뜻이다. 특히 20대 국회 후반기 이후 국회가 무한 정쟁과 극단적 장외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는 것은 그 증거라 하겠다.

이날 오찬은 문재인 대통령과 21대 국회 첫 임기를 맞는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의회정치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입법을 통해 국정운영의 성과를 내야 할 문재인 대통령과 이를 통해 집권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김태년 민주당 대표, 그리고 총선 참패의 아픔을 딛고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생각에는 공통점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렸다. 청와대 경내에 최초로 지어진 전통 한옥이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도 잘 어울리는 곳이다. 딱딱한 의전 행사보다는 주로 외빈을 접대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이곳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한 것은 진솔하고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눠 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가 ‘노타이’차림으로 자리를 한 것도 그 화답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지금은 코로나19사태 극복 방안과 그 이후의 민생경제에 모든 것이 집중돼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날만 새면 ‘보수’니 ‘자유’니 하면서 이념 타령을 하다가 총선 때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통합당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마침 통합당 비대위를 맡은 김종인 위원장도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며 통합당의 새로운 방향을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는 더없이 좋은 통합당 변화의 모멘텀을 잡은 셈이다. 당 안팎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의회정치 변화는 먼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도하길 바란다. 먼저 야당이 강건해야 여당이 제대로 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무릎을 맞대고 대화부터 나눠야 한다. ‘의제의 공론화’도 야당이 이끌면 더 매력적이다. 그러면서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되, 여권의 과잉과 정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며, ‘대안야당’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야당의 원내전략, 아니 ‘꼼수’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통합당의 20대 총선 참패를 자초한 ‘나경원 체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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