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태생부터 논란거리였다. 제5공화국 종교대책반의 작품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신군부세력의 정치적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 발족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한때 정권을 등에 업고 1200만 회원을 자랑하던 한기총은 최근 들어 자멸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이단감별사로 불리는 최삼경 목사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다. 전 목사 오른팔 역할을 하던 이모 목사는 CBS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21일 한기총 비대위원장 엄기호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한기총은 과거 개신교 대화 채널로 정부와 밀접하게 일해왔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방향, 정치적 방향으로 흘렀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에 물의를 빚는 단체로 전락했다면서 한기총의 독단적인 운영과 패거리 정치 등을 지적했다. 더불어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이용돼 그동안의 위상과 명예가 추락했다면서 문광부 소관 법인 연합기관으로 더는 불법적 운영이 용납돼선 안된다고 했다. 한기총 스스로 밝혔듯이 한기총은 내우외환, 사면초가다.

교계 내에서 이단 규정은 ‘사형선고’처럼 인지한다. 이런 이단규정이 뚜렷한 기준도 없이 소위 이단감별사의 입맛에 따라 정해진다. 한국 개신교 대표단체라는 한기총을 이단이라며 수많은 교단이 나갔고, 나간 교단을 한기총 역시 이단이라 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는 이단 아닌 곳이 없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전광훈 목사는 선출 전부터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그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로 한 것은 선교가 아닌 정치다.

한기총 비대위가 성명서를 통해 한기총이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당했다고 남 탓을 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활동했고, 최근에는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위해 움직였다고 해야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돼 한기총의 위상과 명예가 추락한 것이 아니라 권력과 물욕에 취해 종교단체의 탈을 쓴 정치단체로 전락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 스스로 문을 닫을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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