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말인 2007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지난 2013년 9월 16일,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8억 8302만원 추징금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한 전 총리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는 2015년 8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상고를 기각해 한 전 총리는 옥살이를 했다. 이 사건 판결 직후 수감됐던 한 전 총리는 2년간 수감생활을 모두 마치고 2017년 8월 23일 만기 출소한 바 있다.

그동안 은인자중하던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후 법원의 유죄 판결과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여당권 인사에게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때를 같이 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재조사 주장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는 발언을 했고, 당 지도부에서는 21대 국회에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한 전 총리 사건을 공수처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건에 대해 사실과 다름을 호소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도 이미 끝난 사건이다. 자신의 입장이 맞고, 이 사건과 관련돼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면 새로운 증거자료를 찾아 재심을 청구하면 될 일이다. 한명숙 사건을 담당했던 모 검사는 “한 전총리가 재판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재심청구하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보도에 나왔다. 그 검사 말대로 “재심을 청구할 만한 사유가 안 된다는 걸 당사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과거 판결과 검찰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부분도 일리가 있다.

정말 억울하다면 당당히 재심 청구해야 할 일이다. 당시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직무의 죄를 지었거나 수사 당시에 강압이나 직권남용을 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몰라도 법원에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여당권이 나서서 검찰과 법원의 결과물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따른다. 심지어 공수처가 조사해야 한다느니 군불 떼기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인바, 모든 것을 법과 순리대로 하는 게 여당의 책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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