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공연이 중단되고 연기나 행사를 할 수 없는 무명 배우와 무명 가수들은 하루하루를 한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대학로에서 10년째 무명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조모씨는 필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3개월간 수익이 거의 전혀 없는 상태라며 현재의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정상적으로 공연을 하고 수익을 벌어도 생계가 녹록치 않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금 대학로뿐만 아니라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인디뮤지션, 미술가, 클래식 아티스트들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연이 연기되고 활동을 할 수 없으니 모든 게 멈춰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근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공연예술 분야 매출액은 1월 약 400억원에서 3월 약 9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을 서울시나 인천시 등 지자체도 인지했는지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겠다며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빠진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침체한 문화예술계에 도움이 되겠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도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콘서트, 오페라, 연극 등 공연 12개를 선정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제작해 네이버TV로 생중계하는 ‘힘내라 콘서트’에 공연에 건당 최대 3천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현재 수익이 거의 제로인 상황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보통 대학로 배우들은 투잡스, 쓰리잡스를 하며 먹고 살고 있다. 낮에는 알바, 저녁에는 공연, 주말에는 연기학원 강의를 하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리운전을 하고 평일 하루 종일 건설현장에서 ‘노가다’를 한 후 바로 무대로 달려오는 무병 배우들도 허다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 분야 강의활동 마저 끊긴 상황에서 지자체의 지원금은 약간의 위로금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출연료 미지급도 이어지며 예술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문화계에 대면이 아닌 무관중 공연으로 ‘언택트’ 바람이 분다고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무명 배우들과 무명 가수들의 사기만 꺾을 뿐이다. 이들에게 무관중 공연으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접목한 콘텐츠들이 등장하는 등 언택트(Untact) 바람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한국예술문화단체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 과제’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500여건이 넘는다. 예술인 10명 중 9명은 전년 대비 수입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공중파나 종편 드라마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을 제외하곤 모든 현장 예술인들과 스텝들에게 큰 생계 위협이다. 문체부와 각 지자체는 현장 예술인과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의 추가 긴급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화예술인들은 생계 걱정을 하면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언제쯤 예술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창작에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시절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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