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각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다닥다닥 붙어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해야 하는 대학로 소극장들은 평상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사태로 더욱 깊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대학로 많은 극장들이 임시 휴관에 들어가면서 적지 않은 공연들이 상영을 중지했고 제작도 멈췄다. 주요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연기되면서 대학로의 이달 공연 매출은 전월대비 6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 환경 자체가 소규모 공간 안에서 바짝 붙어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함께 관람하는 관객들도 감염병 공포에 시달리고 극장 방문을 꺼리고 있다.

현직에 있는 대학로 최모 감독은 현재의 위기 상황은 공연 업계에 종사한 지 20년 만에 처음이라며, 현재 상영 중이지만 어떤 날은 관객이 3명, 어떤 날은 공치는 날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코로나19가 봄에 끝날지, 여름에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코로나19의 공격으로 배우, 제작자, 극장, 스탭 등 관계자들 모두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지인인 대학로 배우에 따르면 현재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배우들 수익은 현재 0원이라며 대학로가 멈춰진 상황에서 문화의 흐름도 지금 무너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금 더 규모가 큰 중대형 극장들은 체온을 확인한 후 공연장 입장을 허가하고 있다.

관객들은 스티커를 검표 담당자에게 확인받은 후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방역 전쟁이 진행되는 위중한 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기고 굳이 꼭 공연을 관람해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된 관객 한 사람으로 인해 구로구 콜센터와 교회같이 집단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6월 말까지 휴교령이 내려졌고 밖에 나오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 나온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꺾인 듯 보이나, 지금이 바로 ‘골든방역 타임’이다. 향후 2주간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잘 지킨다면 방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익이 크게 줄어든 문화예술공연 분야에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금액 규모는 약 523억이라며 문화예술인들의 88.7%가 전년 동기(1~4월) 대비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코로나가 끝나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연 관람권 8000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말들이 많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대부분 티켓을 판매하는 대형 기업 판매처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대학로 현장 관계자들은 현장 예술인 및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원이 마련돼야 코로나가 끝나도 휘청거리지 않고 조금이나마 안정된 창작환경 속에서 다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워하는 청년·신인 작가들을 돕는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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