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코로나 바이러스 평양발 뉴스의 명과 암
[통일논단] 코로나 바이러스 평양발 뉴스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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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미디어들은 “북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0명”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북한의 언론은 당의 선전선동기관이지 진실한 언론은 아니라고 볼 때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22일 남한에서 최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코로나19 관련 한국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남조선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자 증가’와 ‘급속한 전파로 불안감 증대’ 제목 등의 기사에서 21일 현재 기준 확진자가 104명으로 늘어났다면서 특히 지역별 집단발병 및 군부대 발병 추이 등에 집중했다. 이어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견해 표시’ 기사에서 지역사회 감염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대구와 경북 청도 ‘특별관리지역’ 지정 소식도 별도 기사로 다뤘다. 자국 내 ‘발병 제로’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연일 매체 보도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발병 및 대응 현황을 실시간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감염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다시한번 부각하면서도, “순간도 방심하지 말아야 하며 고도의 긴장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모두가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자’ 기사에서는 특히 야외·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포한 방역대전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 문제”라며 “나라 앞에 죄를 짓게 된다”라고까지 못 박았다. 그러면서 보건성 의료기구 공업관리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호흡기계통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치료용 마스크의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방역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은 ‘나라의 죄인’으로까지 규정하고 나서는 걸 보면 북한 당국이 얼마나 코로나 바이러스 침투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오는 4월 예정된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전면 취소했다. 지난 21일 고려투어와 영 파이어니어 투어 등 북한 전문여행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21일) 북한 내 파트너들로부터 4월 평양 마라톤대회가 취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일성의 생일을 맞으며 매년 4.15를 계기로 진행되는 국제마라톤까지 취소하는 모양도 북한의 긴장감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들 여행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 폐쇄 조치의 일환”이라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북한은 과거 에볼라 등이 창궐하자 외국인 선수에 한해서만 출전을 금지하는 등 평양 마라톤대회를 축소 개최한 사례가 있다. 이번처럼 대회 자체를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식 명칭이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인 평양 마라톤대회는 북한이 주최하는 대표적인 연례 국제스포츠 행사다. 올해의 경우 4월 12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마라톤대회는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기념해 개최됐으며 북한은 2014년부터는 정식 선수가 아닌 외국인 민간인의 참가도 허용했다. 그만큼 참가자가 계속 감소했다는 반증인데 어떻게 보면 스포츠 행사라기보다 관광사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평양 거리를 달릴 수 있는 행사로 비교적 이름을 알렸으며 최근에는 마라톤 대회와 연계한 관광상품도 활발히 출시해왔다. 지난해 대회에는 서방 참가자가 전년의 두 배 수준인 1000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 모두는 달리러 평양을 찾은 것이 아니라 구경하러 뛰었던 것이다. 우리는 감염자 0명이라는 평양발 뉴스를 신뢰하고 싶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병은 소문내라”는 선조들이 만들어낸 우리 속담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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