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특권의식에 빠진 간부들을 ‘반(反)혁명 분자’로 지칭, “독초는 제때 뽑아야 한다”며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혁명대오 일심단결을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반혁명이 별다른 것이 아니다. 대오에 불신을 조성하고 집단의 단합에 지장을 주어 혁명의 주체를 약화시키는 것이 반혁명”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이들을 가리켜 “민심을 홀시(홀대)하고 심지어 외면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이런 일꾼에게 인민의 고충 같은 것이 보일 수가 없고 대중의 목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민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면서 “지난 시기 여러 나라에서 사회주의 집권당이 붕괴하고 사회주의가 좌절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글쎄 북한 당국의 이 말을 곧이 들어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어 “독초는 제때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며 “밑뿌리째 들어내지 않고서는 덕과 정이 넘치는 일심단결의 화원을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뿐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일에도 ‘일꾼들이 세도와 관료주의를 부리고 제 살 궁냥만 한다면 당의 본태가 흐려지는 것은 물론 혁명까지 망치게 된다“며 당 간부들의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지적하는 논설을 실은 바 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서슬 퍼렇던 이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농업 담당 박태덕 부위원장 등 핵심 간부가 하루아침에 해임돼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대북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위축된 경제 이중고를 겪는 인민들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은 자명하다. 북한 체제의 모든 병폐의 근원은 ‘조선로동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이 다른 나라 공산당들처럼 개혁 개방하거나 사라져 줬더라면 북한에는 그 어떤 독초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밭으로 변화되었으리란 것은 명약관화하지 않는가.

한편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돼 격리된 주민들에게 비상식량과 생필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서로 도우며 고락을 같이해나가는 우리 사회의 참모습' 제목의 기사에서 "많은 지역과 단위에서 격리자들의 생활을 친혈육의 정으로 따뜻이 돌봐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평안북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에 도내 격리자들에게 고기, 물고기, 달걀 등을 보내줬다. 신문은 "그들(격리자들) 속에 여성들이 많은데 맞게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데 각별한 힘을 넣고 있다"고 했는데,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지원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평안남도의 도급, 시급 기관들은 땔감과 발전 발동기, 식량, 침구류, 부식물 등을 방역 기관들과 격리장소에 보냈다. 특히 "20만여 개의 마스크를 생산 보장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황해남도는 격리자들에게 태양빛 전지판, 액정텔레비전까지 지원했으며, 도내 위생방역소와 보건기관들은 자체로 소독약 생산기지를 세웠다. 내각 산하 수산성은 전국 격리장소에 10여t의 물고기와 다시마를 보냈으며 농업성도 식량 지원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 화학공업성과 대외경제성, 교육위원회,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와 평양의학대학, 건설건재공업성 등은 검사시약과 보호기재, 의약품, 마스크 등 의료용 소모품 지원에 나섰다. 무력기관들은 주둔지역의 격리장소들에 식량과 고기, 물고기, 기름 등 물자들을 보냈다. 또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평안북도에서 990여명, 평안남도에서 720여명 등이 격리 해제됐다고 보도한 것을 되풀이하며 그들(격리해제자)에 대한 30일간의 의학적 감시를 계속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와해와 코로나 침투를 어떻게 극복하고 체제재생산을 이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드디어 장기 독재체제가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