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선거가 있는 해의 설날 연휴에 가족친지들이 나누는 일상 대화에서 정치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올해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폐렴 확산으로 국민들이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안내 홍보에 대해 귀 기울이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설날 연휴 단골메뉴는 여전히 어려운 경제가 주류이고, 21대 총선이 두 달 보름 남짓 남았는데 지역에서는 누가 뛰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 또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 인사를 편한대로 주무르면서 청와대의 선거 개입 등 혐의를 수사해 정권에 밉보인 검찰 수뇌부들이 지난 1월 인사에서 추풍낙엽이 돼 한직으로 좌천됐다는 여론 등이 주류를 이뤘다. 

무어라 해도 문재인 정권에서 경제가 엉망이라는 말이 단연 앞서 나온다. 정부가 아무리 잘 하더라도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도 경제를 모를까 답답하다는 투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한 의욕을 갖고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애초부터 잘못 설계돼 결과적으로 후유증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제에서 비롯된 고용의 악화와 맞물려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 문제는 경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가 기업 투자를 조장하기 위한 노력, 각종 얽매인 규제를 풀어 기업이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 조성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꾸준히 확보해가는 양질의 고용정책보다 예산을 풀어서, 그것도 60대 이상 노인들에게 값싼 임금으로 숫자 메우기 식 임시 고용 확대에 열을 올리니 젊은 층들의 취업이 더 문제로 남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기에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3월 경 날씨가 풀리면 시작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올해 1월부터 시작됐으니 지방 주민들 사이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돈을 푸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다. 

엄동설한에 일자리 사업이라며 노인들을 불러내니, 아침부터 노인들이 조끼를 입고 네거리에서 교통보조를 하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추워서 쭈그려있는 모습들이 보기에고 안쓰럽다. 바깥에서 하는 일자리 사업도 계절과 날씨에 맞춰 한 겨울에는 피하는 것이 맞지만 작년에는 날씨가 풀린 3월부터 하더니만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라서 추운 날 고생시키느냐는 노인들의 불평불만이 많다. 임금을 주니 물론 일을 하겠지만 시기적으로 선택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경제문제를 처리하는 일에 있어 이러한 사소한 일까지 두서가 없다는 것이다. 

설날 밥상에 오른 정치 이야기들은 정부·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있느니 만큼 포용의 정치, 협상의 정치를 하면 좋으련만 준비가 안됐고 그럴만한 정치적 역량도 없다는 비난이다. 한 마디로 집권여당의 아량이 부족하고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에만 신경 쓴다는 것이다. 그러면 제1야당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여론이 좋은가. 그렇지 아니하다. 의정활동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고 정책이나 국정을 견제하는 대처가 너무 부족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배신감과 분노가 크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조국 사태 이후 집권여당의 권력층들이 자기 식구 챙기느라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권력층의 검찰 비난과 질타를 한번 보라. 검찰 개혁을 한답시고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까지 방해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청와대의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 등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방해 행위 같아서 일반인에게는 정도(正道)로 여기지 않고 있는 점이다. 

결국 현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청와대의 선거 개입 등 권력 비리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속적인 작업들, 법과 원칙에 따라 권력층의 부정부패 혐의를 엄단하려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열정을 갖고 임하는 정의로운 검사들에 대해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검은 권력의 마수들, 그 권력층들은 누구를 위해 권력의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고 있는 것인지, 검찰 인사에 무리수를 두는지 도대체가 아리송하다. 과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정권 비호를 감추려는 불순한 의도의 검찰대학살인지는 세월이 지나면 제대로 평가받을 일일 것이다.

설날 연휴 가족밥상이나 지역에서 나돈 이야기는 여럿이지만 따지고 보면 경제문제와 불통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다. 여당이 정국 주도 책임 정당으로서의 부적격과 보수야당에 대한 무기력 내지 분산에도 비난 수위가 높다. 총선이 있는 해여서 설날에 정치 이야기가 다수이긴 했지만 정부여당은 물론, 믿을만한 야당도 없으니 무당층이 늘어간다는 것이고, 이 기회에 정치권을 ‘확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도는데 불신의 화신(化神)같은 한국정치가 언제쯤 바뀌어 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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