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의 아침평론] “이러다가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게 아닌가”
[정라곤의 아침평론] “이러다가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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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보수 쪽에서는) 윤석열 만한 대통령 감이 없다” 두 달 전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에 다녀왔다는 지인이 느닷없이 말을 했다. 집회장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현직 검찰총장이 정의의 칼날로 권력층의 심장부를 겨누는 용기가 가히 대통령감이라고 칭송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서 필자는 현 정권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조국 수사와 청와대의 불법 선거 의혹을 캐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해 세인들의 믿음이려니 생각하고는 금방 잊어버렸다. 대통령선거가 곧 있는 것도 아니고 현직 공직자를 대통령감이라 하는 것도 현실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새해에 들자마자 윤석열(尹錫悅) 이야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인사로 한바탕 여론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대검 핵심 참모 8명 전원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청와대를 수사해온 검찰 간부에 대해 좌천시키는 ‘대학살’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시민들이 분개하면서 하는 말인바, 목욕탕에서 장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다. “검찰인사에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 대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았으니 절차적 위반으로 무효이고, 법을 위반한 두 사람이 권력남용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탄핵해도 결정할 헌법재판소나 사법부를 진보 세력이 꽉 잡고 있는데 성사될 리 만무하다는 걱정까지 했다. 또 다른 사람은 탄핵 자체가 어려울 거라 우겼다. 탄핵받아야 하겠지만 민주당에서 검찰 길들이기에 길길이 뛰고 있고, 지난번 공수법 통과 때와 같이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면 자유한국당이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선 때 보수세력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반민주적 작태를 하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는 말까지 했다.

사실 전문가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추 장관이나 대통령의 검찰인사 행위는 문제가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법무부가 막무가내식 인사안을 짜고 대통령에게 제청한 것은 검찰인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에 한번도 없었던 ‘검찰총장 패싱’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의견을 듣고자 오라고 했고, 6시간을 기다렸는데 “(윤 총장이) 거역해 어쩔 수 없이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는 변명조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청법에서 명시된 ‘검찰총장의 의견을 받아’ 제청하는 절차가 지켜진 것은 아니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와 검찰측의 이야기인 것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의견을 내고 장관실로 오라는 장관 명령에 대해 항명했으니 징계나 탄핵해야 한다며 거센 공세를 보이고 있다. 앞뒤 상황을 판단 없이 법무부 장관에게 힘 실어주기요, 보여주기 식인바, 이에 윤 총장은 꿈쩍 않고 있다. 검찰생활로 잔뼈가 굵고 박근혜 전 정부에서 좌천을 거듭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었고, 또 문재인 정권에서도 조국 수사, 청와대 수사 등으로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아 내성(耐性)이 다져질 대로 다져진 윤 총장이 조급한 반응을 보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제 갈길 묵묵히 걸어간다’는 식이다.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검찰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려면 법무부가 설계한 인사안을 보고 그에 따른 의견을 내는 게 맞으며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왔고, 인사위원회 결정 30분 전 장관실로 오라는 것은 요식행위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으니, 윤 총장의 거부는 정당했고,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위법했다는 것이다.

법조계나 검찰 측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윤석열 항명’으로 몰고 가 총장을 쫓아내려는 것 같은데, 실상은 법무부가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한 말이 검찰 인사 상황의 자초지종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중에서 윤석열 이야기가 많이 떠다니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 또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게 공세를 퍼부어도 윤 총장은 의외로 담담한 편이다. 윤 총장의 장관의 법을 어기고 관례를 깨트린 장관에 대해 개인적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만한대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과거정부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입장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고, 수사팀을 날리면 또 조직을 꾸려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읽혀지는 대목이고 두려워할 바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전에 국감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검사로서 ‘국가에 충성한다’는 말일 것이다. 검찰 대학살 인사가 이뤄지고 자신에 대한 징계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정의구현을 위한 검찰총장의 임무를 다하고 있으니 보수세력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런 공직자를 달리 보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는 가당치도 않다 하겠지만 “윤석열 만한 대통령 감이 없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지금은 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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