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원내 정당들이 발 빠르게 총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 속도를 내면서 총선 출마를 포기한 5선의 원혜영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정하고 지난 13일 공관위원 18명을 구성 완료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이 된바, 김 위원장은 일성으로 “황교안 대표가 전권을 다 주겠다고 말했으니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서 물갈이, 판갈이를 해서 한국당을 확 바꿔놓겠다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한국당의 속사정으로는 다가오는 4.15총선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김형오 위원장이 맡은 한국당 공천관리야 룰을 정해 그에 맞게끔 후보자를 정하면 되겠지만 보수세력 통합을 선언하고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논의만 이뤄졌지 여타 보수 세력들과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밑그림을 그리기가 시기상조다. 또 한국당이 21대 총선 전략으로 만든 비례대표 위성정당 명칭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사명칭 불가 조치로 뒤틀려진 마당에 그 문제도 선결해야 하니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한국당에서는 중앙선관위가 거부한 ‘비례자유한국당’ 명칭 대신 ‘미래한국당(가칭)’으로 변경했다. 미래한국당 창준위는 새로운 명칭이 우리 대한민국이 미래 세대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담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실에 불과하고 일부에 따르면 ‘비례’와 ‘미래’의 발음이 비슷하니 그렇게 하자는 거였다.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 비례를 겨냥한 ‘자유한국당’의 명칭이니 유권자들이 그렇게 알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는 한국당에서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를 교묘히 파고든 꼼수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제1야당을 무시하고 통과시킨 악법에 대응해 묘수를 찾은 ‘신(神)의 한 수’라는 것이다. 그 선거 전략은 기존 자유한국당으로는 지역구 선거에만 출마하고, 비례대표 선거 후보자는 ‘미래한국당(가칭)’으로 소속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자유한국당에서 비례대표를 낼 경우 5석 정도 의석을 차지하겠지만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만 비례대표를 낸다면 10석 이상을 더 차지할 수 있다는 표계산까지 마친 상태다. 그런 상황이니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대안신당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민평당에서는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만 눈이 멀어 위성 정당을 창당한다며 “더 이상 역사를 거스르지 말고 위성정당 신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고, 대안신당에서는 “국민의 눈을 속여 표를 얻으려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강경한 입장을 내고 “한국당이 기어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장정당 설립에 나선다면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소송을 내는 등 법적 조치는 물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에서는 민주당과 대안신당 등의 공세에도 꿈쩍하지 않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이용해 위성정당 창당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석이 아쉬운 판에 묘수(?)를 부려 10석이 굴러들어온다면 이 얼마나 좋을까. 횡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개정된 선거제도에 따라 합법적인 선거전략이니 타당에서 “위성정당 철회하라”는 공세는 들리지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적법한 전략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되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니까 말이다.      

한국당이 묘수로 내놓은 4.15총선에서의 위성정당 전략은 승리 방정식에서 독립변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보수통합이라는 대전제가 얼마나 탄탄하게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또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할 수 있는 보수통합당으로서 해당 지역구 공천을 얼마나 잘 하는지, 신진세력이 대거 후보자가 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종속변수인 것이다. 통합이 되지 않은 채 보수세력이 뿔뿔이 흩어져 서로 헐뜯으며 각개전투를 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위성정당의 위력도 미미할 것임은 불문가지인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을 한번 둘러보라. 헌법학자와 언론인,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안보·정치·경제적 현주소를 비관한다.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우려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지나쳐 이제는 황제급이 됐다는 말이 나돌고, 3권분립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당이 제1야당이라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대충대충 식, 기득권을 누려온 구태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니 단합되고 또 혁신을 거듭해야한다. 분열된 보수 모습으로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국당을 한심스러워하는 국민들에게 보수의 의미를 새롭게 안겨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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