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올해는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는 해이니 정치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정치에 싫증이 난 혹자들은 ‘정치’라는 말만 나오면 관심이 없다거나 고개 돌려 외면하기 일쑤지만 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정치는 국민생활에 깊숙이 개입돼 일상으로 내재돼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도외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싫든 좋든 간에 정치 속에서 정치를 이해해야 될 입장에 처해진바, 다시 말하면 우리 현실에서 정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政治)는 한글사전에 풀이돼 있듯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즉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정의(定義)와는 다르게 한국정치가 잘못 흘러왔고, 가고 있는바, 이는 제헌국회 이후부터 각종 정치상황이 만들어 놓은 폐단의 영향이 아닐 수 없다. 권력자들과 정치인들이 민주주의 이념에 따른 국민을 위한 정치적 행위보다는 정권 보위에다가 기득권을 누리려는 과욕이 앞선 탓이기도 하다.   

현실정치는 선거와 밀접하게 관계되고, 이에 필수적인 기구인 정당이 관련되다보니 한 마디로 복잡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대의민주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니 정당이 활개를 친다. 국회 의석을 가진 원내정당들이 평소에도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거철이 닥치면 원외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선거판에 뛰어든다. 정치인들이 어느 정당에도 가입되지 아니한 무소속보다는 정당을 끼고, 그것도 유력한 원내정당의 후보자가 돼야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니 원내정당이 선거 때 활약상을 보이는데 21대 총선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당들은 오로지 총선 승리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1월 7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등록을 마친 총선 주자들이 벌써 894명이나 된다. 본 선거운동기간이 아직 멀었지만 벌써 지역구 253곳에는 전국 평균 3.5대 1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원내정당들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7개당이고, 원외정당은 국가혁명배당금당 등 5개 정당이지만 총선사상 처음으로 비례대표 준연동형 제도가 채택되는 이번선거에서 원외 소수정당의 입후보자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정당 득표율 3%를 넘기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받을 수 있는 관계로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한 ‘이색 신당’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현재 활동 중인 정당은 34개 정당이다. 여기에 창당 절차가 진행 중인 정당이 16개가 되니 이 정당들이 4.15총선에 나선다면 많게는 50개에 가까운 정당들이 선거전을 치르게 된다. 

재미난 정당도 많다. 정치권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가 주축이 돼 ‘결혼미래당’ 창당을 선언하고 발기인 모집에 나섰다는 데, 총선에서 360만표 이상을 얻어 비례대표 6석 이상을 얻겠다는 목표도 세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당 설립은 헌법에 의해 자유롭다. 누구든, 어느 조직체든지 국민의 건전한 정치의사 형성을 위해 정당을 만들어 선거전에서 나설 수 있으니 정치가 국민 관심을 끄는 쪽으로 흐를 경향을 보이지만 자칫하면 1회성 행사 또는 코미디로 변질될 경우도 다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다구도 정당 하에서 오랜 경륜으로 이끄는 것이 원내정당들이니 유권자들은 현재 정치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에 대해 다른 원내정당들이 예의주시하면서 이합집산을 통해 총선 승리 공식을 셈하고 있는 중이다.   

4.15총선에서는 보수와 진보정당 간 경쟁이며, 그 가운데에 중도 세력이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한 한국당의 선거 전략은 범보수세력을 합치고 중도 범위까지 확장해 민주당과의 일대 결전을 벼르고 있지만 여건이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것은 보수 세력이 많이 갈라져 있기 때문인바, 지난 5일 창당한 ‘새로운보수당’에다가 또 창당 준비 중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친박 이정현 의원도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이 중심이 된 신당 등이 그것이다. 

그런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총선 3개월을 남겨놓고 미국에서 귀국해 정치에 복귀한다고 했다. 한국당, 민주당 간 또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단판 승부가 될법했는데 안 전 대표의 총선 참여로 한국정치가 양대 정당 위주가 아닌,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분명한 점은 정치권이 국민을 위하고 두려워하는 그야말로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로 변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국가미래를 번영케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정치가 아닌가. 

4.15총선이 정치판을 바꿀 절호의 기회로 지금까지 폐단처럼 구태의연하도록 놓아둬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는 유권자들이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 정치판을 새롭게 짜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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