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4.15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원내정당과 원외정당을 막론하고서 총선에 나설 후보자 선정에 여념이 없는데, 정당은 후보자를 내는 곳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바쁜 기관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이다. 그중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준비 등으로 바쁘다. 며칠 전에는 자유한국당에서 비례대표 선거를 위해 별도로 창당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결정해야지 정당지도부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전략공천은 불가하다고 했고, 또 가칭 ‘안철수신당’에 대해 정당명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래한국당과 안철수신당 측에서는 헌법에 따라 정당의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음에도 중앙선관위가 과도한 법해석으로 적법한 정당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렇지만 중앙선관위에서는 지난달 10일 개정된 개정 선거법 조항에 따라 비례대표 선거후보 선정에 대해서는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고, 안철수신당 불가는 선거의 공정성 등을 감안해 개인 이름이 통째로 들어가는 데 대한 제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선거에 있어서 어떠한 건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불가하다는 결정은 법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여당이니 되고, 야당이니까 안 된다는 식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원리 등을 위배하는 것이니 선거관리를 하는 중앙선관위에서는 적법성,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더라도 지역구 후보자 선정에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은 무제한 허용되는데 반해,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전략공천은 안 된다는 것은 같은 선거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이상한 면이 없지는 않다.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자유·정의·공정·평등사상 등이 민주주의의 밑바탕을 이루는바, 민주주의에서도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핵심적 요체가 ‘선거’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선거를 위해 헌법에서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제114조)’고 명시하고 있으니 선관위야 말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곳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선관위가 선거제도에 따라 적법·공정하게 제대로 된 운영을 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선관위에서는 공정하게 선거관리를 할까. 선거홍보에 있어서는 원내정당과 원외정당 간 차별이 있고, 정당과 무소속 간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게 있으니 바로 선거 기호에 대한 사전 홍보다. 공직선거법 제150조 제1항에서 “투표용지에는 후보자의 기호·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 및 성명을 표시야 한다. 다만, 무소속후보자는 후보자의 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의 난에 ‘무소속’으로 표시하고,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기호와 정당명을 표시하여야 한다”로 명기하고 있다. 

이러한 투표용지에 명기되는 근거 조항을 중앙선관위가 엉뚱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4.15총선 예비후보들의 제한된 선거운동이 가능한 시기이고, 오는 3월 27일부터 이틀간 본 후보 등록이 마감된 오후 6시에야 비로소 후보자에 대한 선거 기호가 확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원내교섭단체 예비후보자들은 선거기호 1번, 2번을 알리고 있고, 원외정당과 무소속 후보자들은 기호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사례로 들면 현재 예비후보자 2114명 가운데 민주당, 한국당 예비후보자 942명이 기호를 알고서 홍보하는 반면 그 수가 많은 1172명은 예비후보기간동안 기호를 알릴 수 없는 것이다. 

공정성에 어긋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에서 기호 사용과 홍보는 중앙선관위가 제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 27조(선거운동기구의 간판·현판·현수막 등) 제3항에서 “법 제61조 제6항에 따라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에 설치·게시하는 간판·현판·현수막에는 법 제150조(투표용지의 정당·후보자의 게재순위등)의 규정에 따른 기호가 결정되기 전이라도 정당 또는 후보자(예비후보자를 포함한다)가 자신의 기호를 알 수 있는 때에는 그 기호를 게재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서다. 이 조항은 공정한 선거에 어긋나는 불평등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제도 역시 그 기본은 평등과 공정성이고, 후보자간 기회균등을 보장해야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에 정면으로 반(反)해 중앙선관위가 법적 근거 없이 투표용지의 정당·후보자의 게재순위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0조를 빌미삼아 자체 규정을 만들어 원내 양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들어놓은 선거기호 사전 활용제는 불공정한 선거를 초래하는 독소 규정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철폐돼야 마땅한바, 이야말로 바로 공정선거를 담보하는 선거혁명인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공정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독소 규정을 운영하면서도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 홍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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