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밉상’이란 단어는 미운 얼굴이나 행동. 또는 미운 짓을 하거나 밉게 생긴 사람을 뜻하는데 ‘국민밉상’은 미운 짓을 해 국민에게 밉게 보인 화상(畫像)을 일컫는다. 이 말은 오래전부터 사용됐지만 시기에 따라 그 대상이 달랐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한국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가 팀워크 관리를 잘못해 국민밉상 소리를 들었고, 그해 5월경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전국을 다녀보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국민밉상이더라”는 말이 나왔으며, 또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KBS2 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나도진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최재원이 악역으로 인해 국민밉상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와 같이 국민들이 판단하는 밉상이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올해 들어 ‘검찰대학살’이란 말이  나돌면서 정치권과 방송에서 ‘국민밉상’이란 말이 나돌았다.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추미애, 이성윤, 최강욱을 국민밉상 3인방’ 했지만 이보다 먼저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는 TK(대구·경북)지역에서 말들이 돌았고, TV매일신문 ‘야수의 이빨’에서 국민밉상 3인방(추미애·이성윤·최강욱)과 대구화상 3인방(유승민·유시민·김제동)에 대해 언급돼 화제를 탔다. 

TK지역에서 회자되는 국민밉상 3인방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이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국민들은 이 세 사람이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현 정권에 대한 검찰의 칼날을 봉쇄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면서 검찰 인사권을 남용하고, 검찰 공격에 앞장섰다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구출신인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한 경북여고 총동창회 일부 동문들의 ‘추미애 동문 자격 박탈’ 목청은 의외로 크다.

추미애 장관이 취임 한 달이 됐지만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난 9일 한국당에서는 추 장관이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중대 범죄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일방 단행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또 인사 과정에서 ‘검사의 임명과 보직 절차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34조 1항을 위반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에서 수사 중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나머지 국민밉상인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할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권력자에 기대어 국민 분열의 길로 내달음치는 ‘적반하장’ 행태 등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청와대 몇몇 핵심 인사들에 대한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반(反)작용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그렇고 보수 색채가 강한 TK 사람들이 곱게 볼 리가 만무하다.   

‘대구화상 3인방’으로 지목된 유승민·유시민·김제동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보수성향의 대구시민들에게는 이들이 얄미운 존재들인 것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수도권 등에서 국민 인기가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TK지역에서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간이 흘러도 ‘박근혜 배신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그가 대구에서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그 인기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고 상대 후보들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니 총선에서 살아남을지가 의문시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유승민 의원과 도긴개긴, 거기서 거기다. 평소 대구시민으로부터 눈 밖에 난 인물로 평상시 고향인 대구에 대한 애정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설 연휴 즈음에 방송 촬영차 대구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TK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이고 권력편만 드는 그를 선동가로 낙인하고 있다. 또 대구 출신인 진보 성향 김제동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현 정권 탄생을 전후에 해서 ‘열혈 진보 전도사’를 자처했던 그가 조국 사태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보수 쪽 인사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국민들이 정국을 읽는 평가는 집단지성(集團知性)이 있으니 정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 편견이 아니라 다수가 이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정치 흐름 등 잘못된 권력 행태 등에 관해 느끼고 공유하며 얻은 지적 능력의 결과물이니 객관적이고 공정하다. 앞서 서두의 ‘국민밉상’이란 사례에서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에 대한 심 의원의 말은 경쟁관계에서 나온 말일 수 있겠으나 나머지 국민밉상이니 대구화상이니 하는 말들은 TK지역주민이나 국민들이 현 상황을 보고 느끼면서 나온 이야기들이니 단순하게 재밌게 듣고 흘려보낼 일은 아니다. ‘국민밉상’ 말이 없어지진 않겠으나 그 잘못된 개인적 행위들은 우리사회에서 분명 사라져야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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