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역사의 교훈을 왜 잊었는가
[이재준 문화칼럼] 역사의 교훈을 왜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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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화무십일홍이니 세무삼년이니 하는 글은 권력이 짧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꽃은 열흘 넘게 피는 경우가 없고 세도는 삼년을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가들이 제일 먼저 몰락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러나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눈이 멀거나 이런 역사의 교훈을 잊고 만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 여당의 행태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허탈감 속에서 헤매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부임하여 조국일가족의 비리사건, 유재수 사건, 울산 시장 선거시 청와대 조직적 개입을 수사하는 윤석열 감찰총장의 수사팀을 모조리 와해하여 오른 팔을 다 잘랐다. 도대체 세계가 부러워하는 자유민주국가라고 하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서 이 같은 독재국가와 같은 헌법 무시의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대통령이 무지한 것인가. 아니면 참모들이 자신들을 향해 겨누고 있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 농단을 부린 것인가.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 위에서 4.19, 5.16 등 변혁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쌓아 올린 민주주의 토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좌절을 느낀 것이 어찌 필자뿐이겠는가.

법무장관은 후속 검찰인사를 통해 중간 수사팀의 와해를 구상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좌천한 검사들이 하나둘 사표를 던지고 나가며 쓴 소리를 하고 있다. 한 검사는 SNS에 눈물의 소회를 피력했다.

한 검사는 ‘프레임 교조주의에 빠져 바람직한 형사사법체계가 물 건너간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와 같은 감동적인 격문과 함께 개인적인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상존한다는 것이 비통하다’며 ‘어느샌가 이 사회의 갑충(甲蟲)이 되어 아사해 버리는 조직이 됐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애가 가슴에 맺힌다’고 했다. 지금까지 있어 온 역대정부의 검찰 이동 때도 이 같은 좌절과 비애를 표출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조 임금 주변의 부정과 비리를 캐다 미움을 받고 귀양을 갔던 충성스러운 사헌부 관리들의 소회를 음미하는 느낌이다. 얼마 전 집권여당은 일련의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검찰 인사를 단행한 기념으로 파티까지 열었다. 국민 정서를 외면한 그들만의 축제였다. 야당 법조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연동형 비례 대표제, 공수처법 등은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안이다. 야당대표가 단식 투쟁을 했으며 혹한의 추위에도 많은 국민들이 주말이면 광화문으로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야당과 법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장기집권의 음모이고 공수처는 대통령과 청와대와 권력의 비리를 감싸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장에서 또다시 조국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대통령의 국민적 신임에도 큰 타격을 준 장본인이 조국 아닌가. 또 청와대를 수사하는 검찰 팀을 잘라낸 인사와 관련해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이나 하는 소리가 아닌가.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은 아무리 총애하던 부하여도 범죄를 저지르면 단호하게 대응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들이 범죄혐의로 구속됐어도 수사 도중 검찰을 자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직과 공정을 희구한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은 허망한 메아리가 됐으며 국민적 실망과 분노만이 쌓여가고 있다.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된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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