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정치인의 생명은 용기에 있다. 여든 야든 비겁한 정치인은 생명력을 잃는다. 국민들이 그가 비겁하다는 것은 아는 순간 지지를 철회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단식투쟁이란 극단적인 대여 투쟁을 보이고도 한동안 연이은 결기를 보이지 않았다. ‘우황좌황’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그가 진정한 야당 대표로서 순탄한 길만을 걷는 것을 원한다면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황 대표의 측근, 그를 에워싼 세력들의 장막에 갇힌 것인가. 그들이 올바른 말을 해 주지 않으면 전 박 대통령처럼 모든 일이 그릇되고 마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황 대표는 4.15 총선에서 자신이 출마할 곳의 유, 불리를 따지는 것처럼 비쳐져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와의 종로 대전에 나서면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엉거주춤해 실기를 잃었던 것이다. 황 대표가 출마를 저울질하는 곳에서는 여당 예비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조롱까지 했다. 그를 용장(勇將)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결국 험지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종로에서 전직 총리끼리 대전을 벌이는 빅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누가 승리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제부터 흥미로운 차기대선의 서막전을 보게 된 것이다. 종로는 정세균 총리가 내리 2선 당선을 한 여권 표밭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은근슬쩍 발을 들여 놓으려다 포기하고 퇴거했다. 호남 출신 주민들이 많으며 황 대표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가장 험지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보여 진다.

임진전쟁 때 이순신장군은 ‘생즉사 사즉생’의 결기로 12척의 배를 가지고 3백척에 이르는 일본 전함을 대파했다. 세계 해전사에 남는 이 전승은 이장군과 전사들이 죽을 각오로 싸웠기 때문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어떤 적이 두렵겠는가. 설령 전사한다고 해도 그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 왕도를 공격할 때 김유신은 5만대군을 이끌고 탄현을 넘어 부여로 진군했다. 그때 백제 장군 계백은 5천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나가 진을 친다.

출전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참수한 계백은 5천결사대 앞에서 사자후를 토한다. 삼국사기에 열전에 기록 된 계백의 결의는 무엇이었을까.

‘예날 월(越)의 구천(勾踐)은 5천명의 군사로 오(吳)의 70만대군을 격파하였다. 오늘 모든 장병들은 각각 분발하여 승리를 결단함으로써 국은을 갚도록 하라.’

계백은 10배 되는 신라군과 대등한 전투를 벌이고 4번 접전해 승리했지만 결국은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장군은 비록 패장이었지만 1천 4백년이 흐른 지금도 결기가 천추에 빛나지 않는가.

야권은 황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황 대표가 설령 패배한다고 해도 그것은 희생이자 전국 선거구에서 야당을 살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여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낙연 전 총리의 낙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종로대전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로 본다. 야당과 반 문재인 측은 황 대표의 승리를 점치기도 한다. 황 대표의 사즉생 각오가 전국 선거구에서 큰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차기 지도자상은 어떤 인물인가. 제발 경제를 살리고, 헌법을 준수하며, 정의와 공정한 가치로 흔들림이 없는 강력한 지도자를 희망하고 있다. 종로대전에서 국민들의 선택기준은 여기에 모아질 전망이다. 정치 1번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종로 선거에서 멋진 선거결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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