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속에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23일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를 2019년 12월 11일부터 12월 25일까지 15일간으로 하자는 수정안이 가결된 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은 예산 부수법안 2건을 상정하고 표결을 끝냈다. 그 다음 상정 순서도 나머지 예산 부수법안이었지만 문 의장은 당초 의사일정을 바꿔 27항인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에서는 강력 반발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회기종료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될 때 재도입된 필리버스터가 2016년 2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시도됐다. 그 후 3년 10개월 만에 또 다시 국회에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전략이 한국당으로부터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법개정안 무제한 토론에서는 여당의원들의 찬성토론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엄밀히 보면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의 취지와는 다른 국면도 있다.

한국당에서는 주호영 의원을 첫 주자로 내세워 선거법 제도의 잘못된 점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패 등 포괄적으로 3시간 59분 동안 토론했다. 이어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두 번째 주자로 나와 4시간 31분 동안 선거법제도에 국한해 제도의 취지, 내용 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찬성 발언을 한 것인바, 상정 안건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와 찬반토론이 번갈아가며 진행됐으니 한국당이 정부·여당의 국정 실패만 몰아세운 장은 아니라 할 것이다.

국회에서 특정 현안을 두고 장시간 토론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의사일정에 합의하거나 현안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여당이 원내교섭단체가 결정한 내용인 아닌 제1야당을 제외한 채 ‘4+1 협의(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통합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에서 합의한 선거법개정안을 상정한 것은 불가피해보이기는 하나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선거법 개정에서 제1야당이 팽 당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번 선거법개정안은 총선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도 도입을 예고하고 있으니 선거제도 일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4+1 협의’에서 여당과 소수야당은 자기당의 이익을 철저히 내세웠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선거법개정안은 오는 26일 임시국회 첫날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칠 것이고, 이미 의결정족수를 확보한 만큼 통과되리라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1야당의 참여를 봉쇄하고 만들어진 선거제도와 함께 민주의회에서의 제1야당 패싱으로 인한 후유증은 국회 앞날에 갈등과 분열을 더할 것이다. 결국엔 밥그릇싸움인 한심한 국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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