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향한 예비후보자들이 제한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 아직 결론도 나와 있지 않다. 자칫 선거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예비후보들에겐 여간 민감한 얘기가 아니다. 특히 정치신인이나 여성 등 정치적 약자들이 뛰고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하고 좌절할 일이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도 버젓이, 그것도 이렇다 할 문제의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법 협상은 그 본질부터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마련이다. 한 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혹 양쪽 다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만큼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선거법 협상을 여야 정치권에만 맡겨 놓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치권 밖의 독립된 시스템에서 선거법을 정비해 추진하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그 게임의 규칙까지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매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들끼리 선거법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니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개혁안이 나오기 어렵다. 매번 나눠먹기식 절충이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와 정략이 난무했다. 지금의 국회 상황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협상하기 어려웠던 선거법이기에 일찌감치 패스트트랙에 태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트랙 일정대로 밟는 것이 국회법 취지요 상식이다. 그러나 막판에 집권 민주당의 변심이 결정적 변수가 되고 말았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더니 그마저도 무슨 ‘캡’을 씌우겠다며 당초 합의를 엎었다. 석패율제에 이어 이중등록제 얘기도 나왔다. 심지어 ‘4+1 협의체’에서 슬쩍 발을 빼더니 한국당과 교감을 갖는 등의 이중 플레이도 나왔다.

이처럼 민주당이 보인 막판의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한국당의 ‘원안 표결’ 주장과 그 극성 지지자들의 국회내 폭력사태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민주당과 정의당이 주고받은 험한 얘기들은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을 정도다. 어쩌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 몫이 제일 크다. 설사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당초 합의대로 패스트트랙 일정을 밟았어야 했다. 면밀하게 표 계산을 하되 다소 미진한 부분은 ‘4+1 협의체’에서 결정토록 하고 시한이 되면 본회의 표결로 갔어야 했다. 시간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막판에 민주당 변심으로 인해 전체적인 그림이 뒤틀리면서 정치권 전체가 밥그릇 싸움의 현장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역시 기득권의 힘은 막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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