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한일 두 정상이 만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나는 양국 정상회담이 15개월 만에 개최되는바, 강제징용 배상 판결 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건과 연관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 복잡한 현안이 얽혀져있는 상태에서 유의미한 회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년 넘게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데에는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이 근저가 된 만큼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의 파기를 대화 테이블에 내놓는 등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지기도 한다.

정치권이나 각종 언론에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미회담이 늦춰지고 남북관계가 다소 어긋나는 가운데 북한의 대남, 대미 태도가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현 상황에서 볼 때 한미일 공조 체제가 더 굳건해야하고 긴밀한 유대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규제 빌미로 삼고 있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은 한국 최고사법기관의 결정이라는 데서 변경 자체가 어려운 사안이지만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의 안건으로 이의 파기를 들고 나온다면 일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1년 이상 두 정상간 회담이 열리지 않아 그간 쌓여온 서먹한 상태와 갈등의 간극을 좁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마침 일본정부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4일 앞둔 20일, 일본이 지난 7월부터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수출 규제 중 일부 품목에 대해 완화 조치를 내렸다. 3가지 수출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감광제(포토레지스트)를 ‘특정포괄허가’ 품목으로 지정한 것인바 한국의 요구 수준에 턱없이 미달되는 조치이긴 하다.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한국정부의 전략이 있겠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외교활동사에서 보면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상호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런 까닭에 정상끼리 만나면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었다. 결국엔 ‘꿩 잡는 것이 매’다. 한일관계를 원상회복하기 위해서는 두 정상이 한일관계의 뿌리 깊은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기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하고, 그리하여 지소미아 건과 수출규제 문제를 일괄 타결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될 수 없다면 가까운 기일 내 또 정상회담을 열어 골 깊은 갈등을 떨쳐내고 한일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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